원내 1당 민주당 소속 온건파… 자유국민당과 좌우 대연정 추진
지난주 재선된 나폴리타노 대통령이 2월 총선에서 1당이 된 민주당 출신 레타 부대표를 총리로 지명함에 따라 두 달 동안 새 정부를 출범시키지 못한 채 혼란을 거듭해온 이탈리아 정국이 수습 국면에 들어서게 됐다. 레타 지명자는 중도좌파 민주당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원내 2당 중도 우파 자유국민당의 대연정 내각을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내 온건파로 분류되는 레타 총리 지명자는 나폴리타노 대통령,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와 협의해 각료를 지명한 뒤 이번 주말 의회에 새 내각에 대한 신임투표를 요청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주말 민주당과 자유국민당, 현 마리오 몬티 총리가 이끄는 중도연합은 나폴리타노 대통령이 지명하는 총리를 지지하기로 합의했다. 레타 지명자는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럽의 긴축정책은 과도하다”며 경기 부양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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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는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에서 1당이 됐지만 상원에서는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했고 3당이 된 ‘5성운동’이 모든 연정 참여를 거부함에 따라 새 정부가 출범하지 못한 채 혼란을 거듭해왔다.
레타 지명자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두 번째로 젊은 총리로, 젊은 나이에도 풍부한 공직 경험을 가진 친(親)유럽 성향의 온건파 정치인이다. 그는 자유국민당과 연정을 거부한 피에를루이지 베르사니 민주당 대표가 20일 사임 의사를 밝힘에 따라 총리 후보로 급부상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오른팔 역할을 오랫동안 해온 잔니 레타의 조카다. 그는 1998년 이탈리아 역사상 최연소인 32세로 유럽장관을 맡는 등 다양한 공직을 역임했다.
피사대 정치학과를 졸업해 재무부의 유럽위원회 사무총장으로 일했고, 2001년 산트안나대에서 유럽법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에는 2003년까지 카타네오 자유대에서 교수를 지냈다. 산업장관(1999∼2000년), 산업무역장관(2000∼2001년) 등을 지냈고 2004년까지 하원 의원으로 활동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