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근 교육복지부장
박근혜 대통령은 첫 국무회의를 하면서 장관들에게 일일이 당부했다. 여성가족부에는 여성의 임신부터 출산 육아 등 전 라이프 사이클에 맞춰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정책을 만들라고 주문했다. 일과 가정의 양립, 여성 인력 문제는 전 부처와 관여되니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조율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라, 여성 청소년 가족 업무가 해당되지 않는 부처가 없으니 관성대로가 아니라 창의적으로 하라고 얘기했다.
모든 과목을 공부하지 않았다는 꿈은 첫 국무회의를 했던 날에 꿨다. 한두 개 과목이 아니고 모든 과목을 공부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니 스트레스가 특히 심했던 모양이다. 조 장관에 대한 박 대통령의 애정은 각별하다고 알려졌다. 임명장을 주면서 “조 의원은 뭘 하나를 하면 깊이 들이파더라. 부처에 가서도 그렇게 해 달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보이는데 장관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점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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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 역시 왕성하다. 대통령에 대한 업무계획 보고를 준비할 때는 실국별로 릴레이 회의를 했다. 화이트보드 앞에서 8시간 동안 서 있었다는 후문. 정책의 골간을 간결하게 정리하고 시각화해서 담당자와 공유하고 쟁점에 대해 토의했다고 여성가족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대통령이 밀어주고, 장관이 의욕을 보이면 해당 부처에는 힘이 생긴다. 여성가족부 업무는 국민의 모든 생활과 관련되고, 다른 부처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니까 장관이 셀수록 정책을 추진하기가 유리하다.
조 장관은 다른 부처 장관을 만날 때마다 “우리를 많이 도와줘야 한다. 여성가족부와 일하면 일이 잘된다, 일이 신난다는 생각이 들게 할 테니 많이 도와 달라”고 요청한다. 국무회의에서는 “여성가족부가 스스로 빛나는 별이 아닌, 다른 별을 빛나게 해주는 칠흑 같은 밤하늘이 되겠다”면서 협조를 요청한다. 대통령이 아낀다고 알려진 장관이 겸손하게 나오면 다른 부처가 신경을 더 쓰기 마련이다.
문제는 부처보다 장관이 더 주목을 받으면서 생기기 쉽다. 정치인 출신 장관이 개인적 행보를 의식하거나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는 경우다. 장관의 거취에 따라 부처 자체가, 정책 자체가 영향을 받기 쉽다. 좋은 쪽이 아니라 나쁜 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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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어떨까? 오 시장은 신임을 묻는 식으로 시도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산되자 2011년 8월 물러났다. ‘여행 프로젝트’ 역시 같은 해에 중단됐다. 조윤선 장관의 정책은 성공하기를 바란다. 정치인 조윤선의 꿈을 위해서라도.
송상근 교육복지부장 song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