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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하게 더 편안하게… “휴식을 만든다”

입력 | 2013-04-17 03:00:00

■ ‘스트레스리스’ 의자 생산하는 에코르네스社 가보니




‘편안함을 위한 혁신’을 모토로 하는 스트레스리스 의자의 광고. 제작사인 노르웨이 에코르네스는 20명의 전담 인력을 ‘편안한 느낌’을 연구하는 데 투입하고 있다. 에코르네스 제공

올레순은 ‘북유럽의 베네치아’라 불리는 노르웨이의 아름다운 소도시다. 동화에나 나올 것 같은 예쁜 집들이 눈 덮인 피오르(빙하에 깎여 만들어진 좁고 깊은 만) 해안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 있다.

올레순 외곽의 쉬퀼벤은 노르웨이 최고의 가구회사 에코르네스가 있는 곳이다. 이 회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품 리클라이너 의자(등받이가 젖혀지는 안락의자)를 만든다. 지난해 기준으로 27억6000만 크로네(약 53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 피오르가 보이는 공장

12일 방문한 에코르네스 공장은 깔끔하고 아늑한 분위기였다. 공장에는 작업장마다 넓은 투명창이 설치돼 있었다. 직원들이 피오르의 경치를 바라보며 일할 수 있도록 회사 측에서 배려한 것이다. 현재 7500명인 쉬퀼벤 주민 중 약 1000명이 이 공장 직원이다.

에코르네스 공장은 경제가 성숙기에 들어선 다른 선진국들에 큰 시사점을 준다. 로봇을 생산에 이용함으로써 자국 안에서 고부가가치의 제조업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르웨이는 생수 한 병 값이 한국 돈으로 5000원이나 하는 ‘고비용 국가’다.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줄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루나 호건 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오히려 효율을 높여 공장과 지역사회의 고용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에코르네스 공장의 로봇 60여 대는 주로 샌딩(사포질)과 도색, 용접 등 반복적이고 힘든 일을 한다. 사람들은 몸에 무리가 가는 단순 노동을 벗어나 보다 창의적이거나 고급 기술이 필요한 일을 맡는다.

에코르네스는 앞으로도 노르웨이에서 제품을 만든다는 원칙을 지켜 나갈 계획이다. 중국이나 태국 등 임금이 싼 나라에서 제품을 만들면 생산비가 내려가겠지만 그만큼 브랜드 가치의 하락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 추운 날씨가 만든 편한 의자

에코르네스는 1934년 창업주 옌스 에코르네스가 독일제 기계를 들여와 직원 3명과 함께 시작한 회사다. 1948년 개발한 스윙침대가 인기를 끌면서 노르웨이 최고의 가구 회사로 발돋움했다. 1971년에는 리클라이너 의자 ‘스트레스리스’를 개발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현재는 리클라이너가 총 매출의 80%를 차지한다.

최초의 리클라이너 의자는 TV의 전국적 보급과 함께 태어났다. 창업자의 손자이자 제품개발 책임자인 아베 에코르네스 이사(사진)는 스트레스리스의 탄생 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북유럽은 날씨가 춥습니다. 사람들이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지요. 당시 저희가 조사를 해 보니 많은 사람들이 하루에 2, 3시간 동안 TV를 보더군요. 그런데 전통적인 소파나 의자에는 계속 앉아 있기가 불편했어요. 일반적인 사람이 2시간 동안 TV를 볼 때 보통 200번 정도 자세를 바꿉니다. 고정된 의자가 불편할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개발된 것이 ‘몸을 따라 움직이는’ 의자였다. 스트레스리스 의자의 등받이는 레버나 리모컨 없이 순전히 사람의 체중이동에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아베 에코르네스 이사는 이에 대해 “노력이 필요 없는 편안함(Effortless Comfort)”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스트레스리스 의자는 휴식을 위한 편안한 의자의 대명사가 됐다.

○ “근면한 아시아인 휴식 욕구 높을 것”

에코르네스는 지금도 자사의 제품 제조 철학인 ‘편안함’에 대한 집요한 탐구와 기술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 공장 곳곳에 ‘편안함을 위한 혁신’이란 표어가 붙어 있으며 편안한 느낌만을 연구하는 전담 직원이 20명이나 된다. 아베 에코르네스 이사는 “편안함이야말로 우리의 경쟁 우위 요소”라며 “제품에 대한 고객의 취향은 제각각이지만 편안함은 누구나 원하는 공통적인 욕망이라고 말했다.

호건 부사장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의 시장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본다고 했다. 그는 “소득 수준이 올라가고 있으며, 근면한 아시아인들의 특성상 가정에서의 휴식에 대한 욕구가 클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흥미롭게도 에코르네스 담당자들은 누구나 제품 관련 설명을 하다 슬며시 전시용 의자에 올라가 반쯤 누운 후 나머지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그만큼 자사의 의자가 편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제스처였다. 한국에서는 에이스침대가 스트레스리스 제품을 백화점 등에서 유통, 판매하고 있다.

올레순=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