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일 기도 수행 끝낸 광주 무각사 청학 스님
2000일 기도 수행을 끝낸 광주 무각사 주지 청학 스님은 “자신을 낮추는 기도는 어느새 다른 이들에게 전달된다”며 “끝과 시작은 하나로 연결돼 있는데 끝이라는 것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무각사 제공
서울 길상사 초대 주지를 지낸 광주 무각사 주지 청학 스님(60) 얘기다. 스님은 절문을 나서지 않은 채 햇수로 6년에 걸친 2000일 기도를 수행했다.
지난달 28일 무각사 한편에 자리 잡은 사찰식당 사랑채에서 만난 스님은 “중이 기도하고, 염불하고, 절집 지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무각사는 옛 상무대 자리에 조성된 5·18기념공원 내 도심 사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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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무각사 주지로 부임하면서 “청학아, 3개월은 꼭 기도하라”는 은사 스님의 말과 초심을 잊지 않기 위해 기도수행을 시작했다. 500일이 됐지만 누구에게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950일이 지나자 달력에 하루씩 기록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아만(我慢·스스로를 높여 잘난 체하고, 남을 업신여기는 마음)에 가득 찬 기도였죠. 다시 시작한 1000일 기도는 마음 편하게 했습니다.”
스님은 2000일 기도 중 단 하루 절 밖을 나섰다. 오랜 시간 함께 시간을 보낸 법정 스님과의 인연 때문이었다. 입적하기 사흘 전 그날의 기도를 마치고 병실을 다녀왔다. “법정 스님은 말씀을 할 수 없는 상태였는데 두 손을 꼭 잡고 무수한 말을 나눴습니다. 너무 아쉬워 종이에 ‘지금 심경이 어떠시냐’고 물었더니 ‘생과 사가 따로 없다’고 하시더군요.”
‘1000일도 아니고 2000일 기도했는데 세상을 꿰뚫는 무언가를 얻지 않았느냐’는 속된 질문이 저절로 나왔다. 스님은 “안 그래도 남들은 100일만 기도해도 앉아서 세상사를 본다는 ‘천안통(天眼通)’이 생긴다는데 전 아무런 변화가 없어 걱정이다”라며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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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일 기도가 끝났지만 스님의 생활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늦은 점심 공양상에 화전(花煎)이 나왔다. 스님은 창 너머 진달래를 가리키며 “저 꽃잎을 쓴 것”이라고 했다. 강화도에서 구해 심은 진달래다. 앞마당에는 무각사가 운영하는 문화관과 갤러리, 나눔장터 ‘보물섬’이 있다. 무각사는 사람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쉼터로 바뀌고 있다.
“제가 기도를 좀 했으니 자랑 한마디는 할 수 있어요. 기도하면 좋습니다. 건강해지고, 정신이 맑아지고, 자신을 더 낮출 수 있습니다.”
광주=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