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과학원 이병두 박사… 산불 발생확률지도 공개
대형 산불을 막으려면 ‘숲 가꾸기’가 필요하다. 사진처럼 나무 아래쪽 가지를 잘라내는 ‘가지치기’를 하면 불이 수관화로 커지는 걸 막을 수 있고, 나무 사이에 적당한 간격을 만드는 ‘솎아베기’를 하면 산불이 번지는 속도를 늦춰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 지형·기상·산림+인간 활동=산불예방
이런 자연적 요소보다 심각한 발화 원인은 바로 사람이다. 이 때문에 인간 활동에 대한 정보도 산불을 예측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병두 연구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기상정보를 제외한 지형과 산림, 인간 활동의 특성을 분석해 ‘전국 산불 발생 확률지도’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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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불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산불 발생 확률지도는 산불관리 인력과 시설 배치는 물론 산불 취약 지역을 정하고, 해당 지역에 대한 상세 조사를 통해 예방시스템을 만드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주변 지형과 나무 종류, 예상되는 날씨 정보를 프로그램에 입력하면 불이 얼마나 빠르게 확산될지 미리 예상할 수 있는 만큼 ‘산불 예방 컨설팅’도 가능하다. 실제로 전남 화순군의 운주사는 산림과학원의 컨설팅 덕분에 2008년 4월 산불을 피하기도 했다.
이 연구사는 “과거 산불 발생 기록을 보면 모두 인간 활동과 관련이 있다”며 “도시가 커지면서 산과 맞닿은 지역이 늘고, 숲 근처에서 여가를 보내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어 앞으로도 인간에 의한 산불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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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발생하는 산불의 90% 정도는 사람의 실수 때문에 일어나는데, 지난해부터는 ‘벼락’으로 인한 산불도 꽤 늘었다. 지난해 5월 27∼30일에 강원도와 경북에서 발생한 18건의 산불 모두 벼락 때문이었다.
이병두 연구사는 “보통 벼락은 비를 동반하기 때문에 큰불이 되기 어렵다”며 “기후 변화로 인한 대기 불안정으로 구름과 대지 사이에 방전현상이 생기면서 말 그대로 마른하늘에 벼락이 쳤던 것인데, 앞으로도 이런 산불이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후 변화로 인한 건조한 날씨는 11월부터 4월까지 산불 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만 높았던 산불 발생 위험률이 경북 전체 지역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산불은 땅 위 잡초와 낙엽을 태우는 ‘지표화’에서 줄기가 타는 ‘수간화’, 가지와 잎까지 불이 번지는 ‘수관화’로 커진다.
같은 양이 타더라도 침엽수가 많은 곳에서 산불이 커지기 쉽다. g당 열에너지는 활엽수인 굴참나무가 9.64Cal인 데 비해 소나무는 13.34Cal로 훨씬 많고, 각각 15g의 낙엽을 태웠을 때 불길이 지속되는 시간도 소나무가 57초로 굴참나무(23초)보다 배 이상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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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tmt198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