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웹툰 ‘죽음에 관하여’ 연재하는 20대 작가 시니와 혀노
웹툰 ‘죽음에 관하여’의 작가 혀노(왼쪽)와 시니. 20대 대학생인 둘은 “1시간 전에 피 말리는 원고 마감을 끝내고 왔지만 지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신들이 느끼는 삶에 대한 무한한 감사는 죽음에 대한 고민 덕분이라고 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인터넷 포털에 연재 중인 웹툰 ‘죽음에 관하여’의 한 장면이다. 신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사람들을 만난다. 낙태 수술로 배 속에서 생을 마치는 태아,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는 노부인, 과로로 졸도한 회사원….
웹툰 ‘죽음에 관하여’. 신의 도움으로 5분을 얻은 남편은 아내에게 “좋은 남편은 아니었던 것 같아 미안하다”며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한다.
광고 로드중
시니는 2010년부터 소방서에서 군복무를 하며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했다. “119 구급차를 타며 죽음을 많이 봤어요. 죽음에 대해 생각할수록 현실에 충실해야겠다는 다짐이 더 단단해지는 것 같아요.”
오토바이를 타다 트럭과 부딪쳐 콘크리트 바닥에 쓰러진 여고생의 모습은 처참했다. “피는 생각보다 엄청나게 새빨갛고 끈적끈적하게 보였어요. 영화 속 죽음처럼 슬프거나 격정적일 줄 알았는데…. 징그럽고 당황스러웠죠.”
하지만 20대가 죽음에 대해 어줍지 않은 ‘개똥철학’을 늘어놓는 것 아니냐는 독자의 의견도 있다. 고개를 끄덕이던 시니는 “작업하면서 고민하고 많이 배우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혀노는 “20대나 50대나 죽음을 경험해보지 못했다는 점은 똑같다”며 “젊기 때문에 죽음을 금기시하지 않고 어두운 면을 노골적으로 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자못 진지해진 둘에게 공동 작업의 계기를 물었다.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창작과 09학번 동기인데 시니는 진지한 혀노를 ‘복학생’으로, 혀노는 말끔한 시니를 ‘양아치’로 오해했다. 스토리 구상을 끝낸 시니가 먼저 혀노를 찾아냈다. “혀노의 손 그림이 맘에 들어 무작정 졸랐죠.”
광고 로드중
창창한 나이에 왜 하필 죽음이 주제일까? 혀노가 뿔테 안경을 지그시 올리며 말했다. “누구나 겪는 이야기잖아요. 하루에 30만 명 정도가 죽고 그만큼 태어난대요.” 주인공 신을 패션에 관심 많은 젊은 총각 혹은 옆집 대학생 같은 모습으로 그린 이유도 죽음을 낯설지 않게 표현하기 위해서다. 시니가 덧붙였다. “죽음은 멀지 않고, 삶의 곁에 있는 것 같아요.”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