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년째 장수MC로… 광고모델로… 제2전성기 86세 ‘송해오빠’
‘전국노래자랑’ MC 송해는 애주가로 통한다. 그는 “난 술이 보약이다. 적절히 즐겁게 마시면서 열정적으로 일하면 문제없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혈색 좋은 얼굴로 쩌렁쩌렁하게 “세 살 아이부터 103세 할머니까지, 난 여전히 오빠”라고 말했다. 그런 송해 씨(본명 송복희)의 모습에서는 ‘철인’이 보였다.
1988년부터 KBS ‘전국노래자랑’의 진행자로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모습도 떠올랐다. 송 씨는 최근 코미디언 이경규 씨가 제작을 맡은 영화 ‘전국노래자랑’에도 출연했다. 올해 상반기 개봉하는 이 영화에서도 송 씨는 사회자로 나온다.
―장동건 김연아까지 물리치고 86세에 최고 광고모델이 된 비결이 뭡니까.
“광고 속 제 멘트가 ‘기업이 살아나야 일자리가 늘어납니다’ 아닙니까? 취업이 너무나 힘든 시대예요.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하는 송해가 그런 말을 하니 광고효과가 컸던 것 같아요. 재래시장 활성화 홍보대사도 하려고 해요. 요즘은 서로 뺏으려고만 하는데 재래시장에서는 우리 인심이 나오잖아요. 도와야죠.”
―86세의 몸으로 그렇게 많은 일들을 감당할 수 있습니까.
“뭐든지 가슴에 담아두지 않습니다. 또 일을 생각해요. 사람이 왜 죽느냐 하면 심심해서 죽는다고 하잖아요? 물론 예전보다 방송 녹화가 만만치는 않아요. 한번도 방송 펑크를 낸 적이 없는데 지난해 한 번 냈어요. 힘들 때마다 저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예전에 재계 인사들 모임에 들러리로 참석했어요. 어떤 사람이 뒤에서 손으로 눈을 가리면서 제게 ‘대한민국 제일 부자가 오셨네’라고 하더군요. 현대 정주영 회장이었죠. ‘돈 좀 있다고 사람 무시하는 건가’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니 정 회장이 ‘사람 많이 알면 부자 아닙니까. 자동차 많이 만들어봤자 송 선생께서 현대차 나쁘다고 말하면 우린 망합니다’라며 웃더군요. 저는 전국노래자랑을 통해 수백, 수천의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에게 매일 배웁니다.”
―만난 사람들 중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있지요. (송 씨는 지난달 15일 당시 박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사실 방송인으로 누구를 지지하고 나서는 게 좀 그래요. 저 좋아하는 분 중에는 박근혜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그런데 한번 정도 내 마음대로 하고 싶었죠. 예전 모습도 생각났어요.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소복을 입고 있는데, 얼마나 상심이 큰지 소매 밖으로 나온 손가락이 50cm 정도 길게 늘어져 있는 것 같더라고요.”
―박 당선인이 소통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습니다. 소통하면 송 선생님 아닙니까?
―아직도 할일이 많이 남았습니까.
“전국노래자랑 후임자들이 줄 서 있어요(웃음). 뽀빠이(이상용)가 대놓고 ‘딴사람 주면 큰일 난다’고 합니다. 근데 저 방송 계속할 거예요. 나이는 그냥 숫자예요. 저는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도 있어요. 고향 황해도 재령에서 ‘전국∼ 노래자랑∼’을 한번 외쳐야 합니다. 요맘때면 은빛 붕어가 한창 통통할 텐데….”
▶ [채널A 영상] 송해 “전국노래자랑 후임자는…”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