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객원논설위원·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현시점 단일화 勝者 예측은 무모
현시점에서 단일화 경쟁의 승자(勝者)가 누가 될지 예측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한국 선거는 돌발 변수에 의해 불확실성이 높고, 문 후보는 조직과 후보 적합도, 안 후보는 변화 이미지와 경쟁력에서 앞서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국민경선 또는 여론조사 등 어떤 단일화 방식을 채택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수 있다. 2002년 대선 때같이 여론조사 방식을 채택할 경우, 새누리당 지지자의 역(逆)선택 방지 기준과 질문 문항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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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문 후보가 박 후보와 격돌할 경우에는 참여정부 실패 책임론이 부각되면서 ‘과거 대 과거’의 구도가 만들어진다. 문 후보는 위에서 언급한 5대 계층에서 박 후보를 압도하지 못해 외연 확대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론 각종 여론조사 결과 새누리당 재집권보다 정권교체를 기대하는 여론이 높기 때문에 지금 열세인 문 후보 쪽으로 단일화돼도 어느 정도 상승효과가 있을 수 있다.
단일화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단일화의 불확실성이 제거되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이미 단일화 시너지 효과가 현재 두 후보 지지율에 상당 부분 포함돼 있어 극적 효과가 없다는 부정적 전망도 있다. 그러나 앞으로 상당기간 단일화 과정 자체가 대선 정국의 이슈와 주도권을 장악할 것이며 단일화 과정이 얼마나 감동을 주느냐에 따라 그 효과는 달라질 것이다.
2002년 盧-鄭 단일화의 추억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역사가 던지는 교훈을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통 큰 양보를 하는 모습을 보이며 승부를 주도하는 측이 유리하다. 2002년 대선에서 노 후보는 단일화 협상 막판에 마지막 걸림돌인 ‘무효화 조항’을 전격 수용했다. 이 조항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율이 일정 수준 이하로 나올 경우 조사 결과를 무효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노 후보 핵심 측근들은 “여론조사 무효화 및 파기 조항이 삽입되면 조사 결과에 따라 단일화 합의 자체가 무의미해지거나 불복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노 후보는 반대를 무릅쓰고 협상을 관철시켜 불리한 상황을 반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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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박 후보가 단일화 효과를 극복하려면 단일화에 버금가거나 상쇄할 만한 파격적인 쟁점을 내놓아야 한다. 2002년 11월 15일 노-정 후보의 단일화가 성사되자 당시 한나라당이 보인 행태는 네거티브 대응 일색이었다. “단일화는 야합이다” “후보 단일화를 위한 TV 토론은 선거법 위반이다”라는 데 비난의 화력을 집중했다.
후보 단일화 드라마는 재방송되고 있는 것 같다. 박근혜 후보는 최근 “국민의 삶과 상관없는 단일화 이벤트로 민생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겠느냐”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문 후보의 구걸 정치와 안 후보의 타이밍 정치가 결합한 꼼수와 반칙의 ‘참 나쁜 단일화’”라고 비판했다. 비판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박 후보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새누리당에 새로움을 다시 채우는 대변혁을 이뤄야 한다. 인의 장막의 위험에 빠져서도 안 된다. 구름 밑에서는 비가 오고 있는데 본인은 청명한 구름 위를 걸을 것인가. 땅을 딛고 ‘새근혜’의 길을 가야 한다. 필요하다면 몸뻬 바지도 입고 대중목욕탕에도 갈 수 있는 파격적인 서민 행보를 취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야권의 후보 단일화 폭풍을 견뎌낼 수 있는 내공이 쌓일 것이다.
김형준 객원논설위원·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joon57@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