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EBS국제다큐영화제에서 상영된 ‘꺽다리 소녀들’은 키가 185cm를 넘는 여성의 삶을 추적한 다큐멘터리다. 여성의 정체성이 ‘큰 키’만으로 규정되는 삶은 녹록지 않다. 키 큰 여성은 거칠고 드셀 것이란 고정관념 때문에 짝을 만나는 일이 쉽지 않다. 엘리베이터에서나 지하철에서나 신기한 구경거리나 되는 듯 빤히 쳐다보는 사람들의 무례한 시선도 불편하다. 그래서 자녀의 성장을 멈추려고 호르몬제를 투여하고 수술도 받게 하지만 효과는 별로다. 키 186cm의 에다 바우만폰 브뢴 감독은 자신의 딸에게 꺽다리 여성으로 살아가는 길을 일러주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한국에서 큰 키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큰 키 때문에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하소연이 ‘가진 자의 투정’처럼 들릴지 모른다. 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키 크는 약과 관련된 허위 과장광고들이 기승을 부린다. 그제 공정거래위원회가 키 성장제와 관련해 소비자 피해주의보를 내렸다. 대부분 키 성장제는 약효가 검증되지 않은 건강보조식품이라고 한다. 큰 키든 작은 키든 차별하는 사회적 시선이 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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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