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봉해 두 달 차이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도둑들’(아래)과 ‘광해, 왕이 된 남자’. 사진제공|쇼박스·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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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같은해 영화 두편 1000만 기록
올해 한국영화 관객 1억명 돌파 견인
영화계 “스크린 독과점 결과” 입모아
“경쟁 기회조차 못 얻는 불공평한 시장”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한국영화의 르네상스.’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같은 해 개봉한 영화 두 편이 연달아 10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이병헌·류승룡 주연의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 감독 추창민)가 20일 누적 관객 1004만1566명을 기록했다. ‘도둑들’이 8월 중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이후 불과 두 달 만에 나온 또 하나의 흥행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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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해 1000만 영화 두 편이 탄생한 건 2004년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 2006년 ‘왕의 남자’와 ‘괴물’에 이어 세 번째. 하지만 ‘실미도’는 2003년 말, ‘왕의 남자’는 2005년 말에 각각 개봉했기 때문에 사실상 같은해 개봉한 두 작품의 1000만 동시 돌파는 올해가 처음이다.
‘광해’와 ‘도둑들’ 개봉일 차이는 50여 일에 불과하다. ‘도둑들’이 개봉한 7월부터 ‘광해’가 1000만 관객을 넘은 이달 중순까지 극장을 찾은 관객 대부분이 한국영화를 선택했다. 이 때문에 ‘광해’의 경우, 배우들의 열연과 연출력의 호흡, 권력과 백성의 관계에 대한 시선 등 영화 자체의 힘이 관객을 몰고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올해는 유난히 한국영화 흥행작이 많았다. 상반기 ‘댄싱퀸’,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내 아내의 모든 것’, ‘건축학개론’, ‘연가시’가 차례로 4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하반기에는 1000만 영화가 두 편이나 나왔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그저 장밋빛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고 영화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한국영화 흥행작이 연속해 나오는 데는 대기업 배급사와 그 계열인 멀티플렉스 극장으로 이어지는 ‘스크린 독과점’이 미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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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같은 시기 개봉한 영화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한 영화 제작사 대표는 “경쟁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불공평한 시장 환경이 더 심해지고 있다”며 “한국영화를 찾는 관객은 늘어날지 몰라도 다양한 한국영화를 만날 기회는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