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규현.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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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형이 방망이 거꾸로 쳐도 2할은 치겠다.’
또 문자가 왔습니다. 안 봐도 뻔합니다. (이)대호 형입니다. 지난해 양승호 감독님으로부터 풀타임 출장 기회를 얻은 뒤 대호 형의 잔소리(?)는 끊이질 않습니다. 올해는 강도가 더 심해졌습니다. 본인도 처음 밟는 일본무대에 적응하기 바쁠 텐데, 게임이 끝날 때마다 일일이 경기 내용을 체크해서 꼬박꼬박 연락이 옵니다. 실수라도 한 날이면, 그날은 직격탄을 맞습니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또 다시 핸드폰이 울렸습니다. ‘(문)규현아, 네가 공을 최대한 많이 보고 걸어서라도 나가야 한다.’ 대호 형의 특별지령이었습니다. 팀에서 선구안만큼은 자신 있는 저에게 팀을 위한 희생플레이를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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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올 시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그럼에도 감독님은 “너는 안타를 못 쳐도 되니 수비에만 집중해달라”며 다독여주셨습니다. 방망이를 짧게 잡고 최대한 타석에 바짝 붙어 서는 것도, 공 하나라도 허투루 보지 않으려고 눈을 부릅뜨는 것도, 감독님의 배려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한 분, 준PO 2차전에서 동점타를 터트린 아들에게 “잘 했다. 쉬어라” 한마디만을 남긴 채 전화를 끊어버리는 무뚝뚝한 아버지를 위해, 몸 부서져라 뛸 겁니다. 그게 ‘두 아버지’에게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는 길이니까요.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