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 파리모터쇼 글로벌車업체의 전략
27일(현지 시간) ‘2012 파리 국제모터쇼’가 ‘미래는 지금이다’라는 주제로 개막했다. 르노의 신형 소형차 ‘클리오’(가운데)가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등 자동차회사들이 치열한 신차 홍보에 나섰다. 파리=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27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 베르사유 박람회장에서 개막한 ‘2012 파리 국제모터쇼’에서는 연간 1300만 대 규모인 유럽 자동차 시장을 놓고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경쟁이 벌어졌다. 오전 7시 30분 일본 스즈키를 시작으로 총 44개의 자동차 및 부품업체들은 15분씩 주어진 발표 시간 동안 신차를 알리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목표는 단 하나.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진 유럽에서의 생존이다.
○ 선제공격 나선 독일차
행사의 주역은 폴크스바겐의 대표 모델인 7세대 ‘골프’. 경제성을 강화한 신형 골프는 기존 모델보다 무게를 100kg 줄이고 엔진 효율성은 약 20% 개선했다. 해치백 모델이 인기인 유럽시장 공략의 첨병이다. 울리히 하켄베르크 폴크스바겐그룹 연구개발 총괄 부회장은 경쟁 모델로 현대·기아자동차의 ‘i30’와 ‘씨드’를 지목했다.
BMW는 고급 브랜드 매장이 즐비한 파리 조지5번가에 브랜드숍을 열었다. 자동차 업체가 이 거리에 매장을 낸 것은 처음이다. 불황에도 명품 소비는 줄지 않다는 것에 착안한 것이다. 루이뷔통, 카르티에 등 고급 패션브랜드와 BMW를 함께 쇼핑할 수 있게 하려는 시도다.
○ 반격 나선 프랑스, 틈새 노리는 한국
심각한 부진을 겪고 있는 프랑스 자동차 회사들은 파리모터쇼를 통해 반격에 나섰다. 프랑스 최대 자동차 업체인 르노그룹의 유럽 내 판매량은 올 들어 8월까지 16.3%, PSA푸조시트로엥은 13.5%가 줄었다. 고급차는 독일차에, 대중차는 한국차에 시장을 뺏기면서다.
한국 자동차 업계에는 유럽의 경기침체가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가격에 비해 가치가 높다’는 점을 강조하는 마케팅 전략이 불황과 맞물려 성장을 이끄는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서 시내 중심부로 이어지는 약 30km 구간에 20여 개의 광고판을 설치했다. 파리모터쇼에서는 해치백 ‘i30’의 3도어 모델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FCEV)의 양산형 모델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4년 만에 파리모터쇼에 참가한 쌍용자동차는 SUV ‘렉스턴W’와 ‘코란도C’의 유럽 판매를 시작했다. 전기 콘셉트카인 ‘e-XIV’도 선보였다. 이유일 쌍용차 사장은 “SUV를 대거 투입해 유럽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질 노르망 르노그룹 아태지역 총괄 부회장은 “르노삼성자동차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매각할 생각은 없다”며 “르노삼성차 회생 계획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안정화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르노삼성차 지분을 가지고 있는 삼성카드 측과 만나 공동마케팅 등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며 “카를로스 곤 르노그룹 회장도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협력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