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의 보좌진 사이에서는 자신들의 처지와는 너무나 다른 ‘별세상 소식’이 큰 화제였다. 미국 하원 윤리위원회가 1일(현지 시간) 로라 리처드슨 의원에게 벌금 1만 달러(약 1131만 원)를 부과했다는 뉴스였다.
▶본보 3일자 6면 美, 보좌관에 선거캠프 일 시킨 의원 벌금부과…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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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박근혜 의원의 경선 캠프만 해도 구성 초기에 참여한 실무진 13명 중 대부분이 박 의원 측근 의원들의 보좌진이다. 이후 업무량이 많아지자 비례대표 의원들에게 요청해 4, 5명의 보좌관을 더 지원받았다.
대선 때는 오히려 ‘보좌진 차출’이 적은 편이다. 의원 각자가 선거를 치르는 총선 때가 다가오면 의원회관은 일시에 썰렁해진다. 심한 경우 회관에는 보좌관 1, 2명만 남겨 놓고 모두 지역구로 출퇴근하기도 한다. 지방선거 때도 보좌진은 의원 지역구로 파견돼 기초단체장이나 광역·기초의원 선거를 도와야 한다. 그만큼 입법 활동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2010년 3월 의원들은 법을 고쳐 의원당 5급 비서관 1명을 더 충원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여론은 싸늘했다. 보좌진 확대로 연간 190억 원의 세금이 더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의원들은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웠다. 다양한 경력자와 전문가들이 보좌진으로 들어오면 의원의 입법 활동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려는 현실이 됐다. 새로 충원된 5급 비서관 중에 입법 활동 등 정책 분야를 담당하는 비서관은 찾아보기 힘들다. 의원 상당수가 지역구에 일하는 기존 인력에 비서관 직급을 달아줬기 때문이다. 결국 세금을 들여 의원들의 지역구 관리를 도와주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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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지역구 관리나 선거운동은 후원금과 자원봉사자로 운영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지적한다. 선거 때만 후원회를 둘 수 있는 자치단체장이나 교육감과 달리 국회의원은 4년 임기 내내 후원금을 모을 수 있도록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보좌진 운영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 보니 의원의 개인적 이해를 위해 막대한 혈세가 들어가고 있다.
의원이 전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하는 보좌진은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급·7급·9급 비서 각 1명, 인턴 2명 등 모두 9명이다. 이들에게 지급되는 인건비만 한 해 약 4억 원이다. 의원 300명을 보좌하는 2700명의 인건비를 합하면 한 해 1200억 원에 이른다. 보좌진이 의정 활동에 기여할 수 있도록 보좌진 운영 규칙을 만드는 게 의원의 특권 내려놓기 중 핵심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