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모의 벽 건립에 50억원대 그림 기부
23일 미국 워싱턴 한국전쟁기념공원 내 조형물 앞에 선 심상돈 카투사전우회장. 심상돈 씨 제공
지난해 7월 워싱턴 한국전쟁기념공원 내 ‘추모의 벽’ 건립 사업에 소장하고 있던 50억 원대 그림들을 기부해 화제를 모은 심상돈 카투사전우회장(56)이 20일 1년여 만에 다시 워싱턴을 찾았다. 6·25전쟁 참전 미군과 카투사 전사자 명단을 새기는 추모의 벽 건립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윌리엄 웨버 한국전쟁참전용사기념재단 회장과 만나 한국 전시회 일정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본보 4월 26일자 A2면
美참전용사재단 회장 웨버 씨 “한국전 추모의 벽, 한인들이 나서주세요”
심 회장은 2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추모의 벽 건립은 한국인이 해야 할 일인데 80세가 넘은 퇴역 미군들이 하고 있다는 것이 미안하다”며 “6·25전쟁 정전 60주년을 맞는 내년 7월 추모의 벽을 완공하려면 적어도 올 8월부터 기부 그림들의 전시회를 열어 건립 기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6·25전쟁에서 오른쪽 팔과 오른쪽 무릎 아래를 잃은 웨버 회장도 전시회에 맞춰 직접 한국을 찾을 계획이다. 심 회장은 이번 방문에서 웨버 회장에게 보여주기 위해 전시회에 걸릴 그림 10점을 직접 가져오기도 했다.
심 회장은 “재미교포들이 ‘힘을 보태고 싶다’며 전시회 요청을 하고 있다”면서 “우선 올 10월 워싱턴에 일부 그림을 보내 전시회를 열기로 한인단체 지도자들과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시회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려면 현재 미 의회에 계류 중인 추모의 벽 건립법안이 빨리 통과돼야 한다”며 “웨버 회장으로부터 다음 달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희망적인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심 회장은 지난주 미네소타에서 열린 스타키 본사 실적 발표회에 참석한 후 일부러 휴가를 내서 워싱턴을 방문했다. 이날 인터뷰 전 처음으로 한국전쟁기념공원을 찾아 추모의 벽이 건립될 자리를 둘러봤다는 그는 “6·25전쟁에서 목숨을 바친 미군과 카투사의 이름이 한 명 한 명 새겨진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날 정도로 감격스러웠다”고 말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