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녕 논설위원
그는 “시장군수들은 엄청(대부분의 경우 쩨쩨할 정도로) 준법, 준법하는데 반해서 국회의원들은 실정법 같은 것은 대수롭지 않게, 특히 당론과 배치되는 경우 법령 정도는 간단히 초월할 수 있다는 초법적 위법적 탈법적 범법적 사고와 행태를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6월 5일 국회 개원(開院)이 무산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는 “법률이 개원을 강제하고 있고 국민 다수가 법대로 열어야 한다고 믿고 있는데 더이상 그 어떤 명분과 전략이 민주당의 개원협상을 정당화할 수 있느냐”면서 “민주당 지휘부는 법률도 우습게 보고, 국민도 우습게 보는 것 같다”고 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 당헌에 명시된 민주당의 대통령후보 선출 시한은 이달 22일까지다. 물론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당무위원회의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이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시한을 맞추려고 노력하지도, 시한 맞추기가 어렵다는 것을 진작 알고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스스로 만든 당헌마저 있으나마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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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민심 역주행은 현재진행형이다. 비례대표 경선부정과 종북주의 논란을 촉발한 통합진보당 이석기 김재연 의원, 탈북자를 변절자로 모독한 민주당 임수경 의원에 대한 민심이 어떤지 뻔히 알면서도 민주당은 외면하거나 민심에 반하는 어깃장을 놓고 있다. 그 때문에 민주당의 정체성까지 도매금으로 의심받는 상황을 자초했다.
황 의원은 당내 파벌과 특정 대선후보를 위한 줄서기도 비판했다. 그는 “나는 어느 계보와 계파에도 소속하지 않고,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는 국민파벌을 추구하겠다”면서 “국회의원이 특정 후보들을 위해 줄을 서는 것은 다수 국민의 자율적 판단 기회를 훼손하는 주민모독적 우월행위이자 월권행위”라고 말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파벌주의는 고질병이다. 지금도 숱한 의원들이 유력 대선주자들의 뒤에 줄을 서고 있다.
일본 민주당은 2009년 8월 총선에서 당선된 초선 의원들에게 다선(多選) 의원들을 붙여 의정(議政)의 소양을 가르치는 교육을 한 적이 있다. 우리는 반대로 다선 의원들이 황 의원한테서 정치의 기본을 배워야 할 것 같다. 4선의 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황 의원의 글을 읽은 뒤 “당론에 따라다니고, 당직에 연연하고, 눈치를 살피고, 비겁과 온정이 주렁주렁 매달린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떠올라 부끄러웠다”는 글을 남겼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