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울 카스트로 딸 마리엘라 오바마 ‘동성결혼 지지’ 호응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딸로 유력한 차기 최고지도자로 꼽히는 마리엘라 카스트로(50)가 23일 미국을 방문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동성결혼 지지 발언 직후 공개적으로 환영 의사를 밝혀 주목을 받았던 그에게 미국 정부가 비자를 발급해줌에 따라 미국과 쿠바의 오랜 적대 관계가 해빙기를 맞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마리엘라는 23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라틴아메리카학회(LASA) 주최 동성애 지지 학술대회에 강연자로 참가한 뒤 29일 워싱턴을 방문할 예정이다. 1975년 로널드 레이건 정부가 발표한 대통령포고문 5377호에 따라 쿠바 정부 공무원이나 공산당원의 미국 입국은 원칙적으로 금지됐지만 “유엔 관련 업무나 평화적 목적의 방문은 예외로 할 수 있다”는 미 국무부의 판단에 의해 비자가 발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 활발한 활동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마리엘라는 쿠바에서 ‘혁명 1세대’와는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차세대 리더로 평가받는다. 마리엘라의 미국 방문은 이번이 두 번째다. 삼촌인 피델 카스트로와 아버지인 라울이 미국을 적대시하며 갈등 관계를 유지해온 것과 달리 마리엘라는 2002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성적소수자 관련 행사에 참석했고 버지니아 주와 워싱턴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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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엘라의 활발한 활동은 쿠바의 여성 혁명지도자이자 어머니인 빌마 에스핀의 영향을 받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카스트로 형제를 만나 쿠바혁명에 뛰어들기 전 미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에스핀은 1960년부터 2007년 사망할 때까지 쿠바여성평의회의 의장을 맡아 남성의 육아 참여를 지원하는 쿠바 가족법을 추진해 통과시키는 등 여성과 어린이의 인권 개선을 위해 힘썼다.
정윤식 기자 jy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