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끈 놓을 수 없어…유품으로 슬픔 달래는 유족들
“너는 보냈지만, 너의 분신만은…” 고 서승원 중사의 어머니 남봉임 씨가 19일 오후 인천 부평구 삼산동 자택에 꾸며놓은 아들 방에서 천안함 폭침 당시 아들이 목에 매고 있던 군번줄을 만지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인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어느 날 갑자기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가족을 떠나보낸 전사자 유족들은 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품으로 그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떠난 이들의 큰 빈자리를 유품으로 대신하며 마음속 깊은 그리움을 여전히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다.
최근 이사한 고 서승원 중사의 어머니 남봉임 씨(45)는 방 하나를 아들 몫으로 비워 놓고 유품으로 채워 놨다. 이 방의 진열장은 서 중사의 영정과 남 씨와 함께 함박웃음을 지으며 찍은 사진, 입대할 당시 늠름하게 경례를 하던 사진 등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지난 2년간 한시도 아들을 잊은 적이 없다는 남 씨는 이 방에 들어설 때마다 한동안 멍하게 서 있는다. 그는 “방문을 여는 순간 아들을 잃은 2년 전 그 순간에서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느낌을 받는다”며 “아들 방을 만들어 놓으면 언젠가 아들이 ‘엄마’ 하고 돌아올 것 같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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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나현민 상병의 아버지 나재봉 씨(54)는 아들이 놓고 간 책상 위의 연필 하나까지 치우지 못하고 있다. 아들 방은 이불이 놓인 위치까지 아들이 생전 쓰던 모습 그대로다. 나 씨는 “아들 흔적을 조금이라도 보고 느끼고 싶어 아무것도 건드릴 수가 없었다”고 했다.
아들이 남긴 시계를 차고 옷까지 입고 사는 부모도 있다. 고 방일민 중사의 아버지 방광혁 씨(60)는 방 중사가 입던 옷을 가끔 입고 다닌다. 아들이 남긴 옷을 입으면 희미하게나마 남은 아들의 체취를 느낄 수 있어서다. 고 임재엽 중사의 어머니 강금옥 씨(58)는 아들의 시계를 차고 다닌다. 대전에 사는 그는 살아생전 아들의 손목에 있었을 시계를 차고 국립대전현충원에 찾아가 아들 묘의 비석을 닦고 또 닦으며 아들을 그리워한다.
천안함 전사자들의 유품 2900여 점을 보관 중인 경기 평택시 서해수호관에도 유품을 보며 전사자들의 온기를 느끼려는 유족들과 일반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근무복부터 책, 생필품까지 장병들의 생활을 속속들이 알게 해주는 물건이 전시된 이곳에는 천안함 폭침 2주기를 맞아 많게는 하루 1500명이 다녀가고 있다. 서해수호관 관계자는 “2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유족들이 전시관에 자주 찾아와 아들의 유품 앞에서 2년 전과 마찬가지로 오열하고 있다”며 “그들의 유품을 보면 젊은 장병들이 나라를 지키다 산화하기 직전의 모습이 떠올라 더욱 안타까워진다”고 말했다.
고현국 기자 mck@donga.com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