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방귀희 문화특보 내정자는 누구

입력 | 2012-03-10 03:00:00

장애인문학지 ‘솟대문학’ 창간… 중증장애 방송작가로도 유명“한류 콘텐츠 확보에 노력”




대통령문화특보로 내정된 방귀희 한국장애인문인협회장. 그는 “장애인들과 한국의 문화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동아일보DB

2007년 부산역 부근 한 서점. 한 여성이 들어와 책을 집어 들고 읽기 시작했다. 선 채로 책을 읽는 많은 사람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가 휠체어를 타고 있다는 것이었다. 얼마 뒤 서점 주인이 그에게 다가와 퉁명스럽게 말했다. “손님들 들어오는 데 방해가 되니 좀 나가요.”

한때 서점 주인에게 불청객 취급을 받았던 그가 9일 대통령에게 문화정책을 조언하는 문화특보에 내정됐다. 1급 지체장애인인 방귀희 한국장애인문인협회장(55)이다.

방 내정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부담스러운 자리여서 망설였지만 장애인 인식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수락했다. 문화 강국을 만드는 데 기여할 뿐 아니라 장애인의 문화 발전에도 적극적으로 보탬이 되도록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방 내정자는 이어 “경쟁력 있는 콘텐츠 없이는 한류 열풍도 오래갈 수 없다. 콘텐츠의 본질인 스토리가 다양하고 풍부하게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만 한 살 때 소아마비로 두 발과 왼손을 쓸 수 없게 된 방 내정자는 비교적 자유로운 오른손만으로 1981년 동국대 불교철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장애인 전용 방송인 KBS 3라디오 ‘내일은 푸른 하늘’에 첫 출연자로 섭외됐고, 이를 계기로 펜을 잡은 뒤 줄곧 방송작가로 일해 왔다. 지금은 ‘내일은…’의 작가로 일하고 있으며 한 손으로 컴퓨터 자판을 쳐서 글을 쓴다.

1991년에는 한국 유일의 장애인 문학 계간지 ‘솟대문학’을 창간해 지금까지 장애인 문인 400명을 배출했다.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강사로도 활동했다. ‘솟대문학’은 지난해 창간 20주년을 맞았다. 방 내정자는 “청와대 밖 건물에 별도로 사무실을 마련해 오가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해 준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서울 목동에서 혼자 사는 그는 오가는 데 정부가 지원하는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1급 장애인이지만 대단히 밝고 긍정적인 분이다. 어려운 때 희망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봤다”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