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자원부국의 빈곤국 추락 현장취재
“내 일자리는…” 줄지은 실업자들 1일 에콰도르 에스메랄다스 시 근처의 국영기업 ‘페트로 에콰도르’ 정유 플랜트 공사 현장. 출근하고 있는 근로자들 옆으로 20대 청년 실업자들이 모여 나란히 앉아 있다. 이들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건설업체 간부들을 기다리고 있다. 에스메랄다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2. 외국계 기업 A 사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올가 에스테르 토레스(가명·40) 씨는 지난해 회사에서 받은 ‘종업원 이익공유’ 보너스로 에스메랄다스 시내에 근사한 벽돌집 한 채를 구했다. 인구의 70% 이상이 빈민층인 이 지역에서 판잣집이 아닌 벽돌집은 고급주택에 해당된다. 토레스 씨는 “올해 보너스를 또 타면 아이들 대학 입학금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A 사는 토레스 씨를 비롯해 직접 고용한 근로자들에게 임금과는 별도로 1인당 평균 4200달러(약 470만 원)가량을 지난해 일시불로 지급했다. 에콰도르 노동법에 규정된 ‘종업원 이익공유제’ 조항에 따른 것이다. 사무보조 혹은 환경미화원이 대부분인 이들은 근무성과와는 상관없이 평균 월급(400달러)의 10배가 넘는 금액을 한 번에 챙길 수 있었다.
중남미의 자원부국 에콰도르에선 청년 실업자들이 줄을 서서 일자리를 구걸하는 동시에 일부 근로자들이 거액의 ‘보너스 잔치’를 벌이는 모순이 벌어지고 있다. 현지 기업체들은 반미 좌파 정치인으로 꼽히는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의 포퓰리즘 정책이 외국인들의 투자유치를 가로막고 고용을 늘리는 데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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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경제정책을 효율적으로 집행하지 못하면서 에콰도르는 2008년에 이어 2009년에도 연이어 대외채무에 대한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을 하는 등 심각한 경제난에 봉착한 상태다. 그러나 이 나라는 1970년대 중반만 해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000달러대로 한국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이 때문에 1970, 80년대 이곳으로 이민을 온 우리 교포 수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경제여건이 더 악화되면서 우리 교포들 가운데 한국으로 돌아오거나 인근 국가로 다시 이민을 떠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현지에서 의류 수입업체를 경영하고 있는 김무송 씨(가명)는 “옷장사로 돈을 모은 교민들이 갈수록 커지는 세금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페루 등 인근 국가로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에스메랄다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