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말 LG로 트레이드 됐던 이택근이 넥센으로 복귀했다. 4년 간 총액규모 50억에 이르는 초대형 계약이다. 넥센은 전력보강과 이미지 쇄신, 2가지 효과를 모두 노리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넥센, 4년간 50억원에 이택근 영입…이장석 사장은 왜?
이 사장 “널 보내고 편한 날 없었다…함께하자”
요구사항 대부분 들어줘…속전속결 협상 타결
선수 팔아먹는 구단 오명 씻어낼 전환점 마련도
● 속전속결. ‘이택근의 마음 움직인 넥센’
넥센 이장석 사장은 FA 타구단 교섭 시작시점인 20일 새벽, 서울 시내 모 호텔에서 직접 이택근을 만났다. 협상 테이블이라기보다는 편한 술자리에 가까웠다. 이 사장과 이택근은 술잔을 주고받으며, 차츰 서로의 속내를 털어놓았다.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이 사장 쪽이었다. “미안하다. 그 때는 구단 사정이 어려웠다. 하지만 너를 보내고 나 역시 마음이 편할 날이 없었다.” 이택근 역시 2009년 말 LG로 트레이드 이후 힘들었던 시간들을 반추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만큼 머뭇거릴 필요가 없었다. 이 사장은 “계약 조건에 대한 줄다리기는 없었다”고 했다. 이택근의 요구사항이 거의 대부분 반영됐다. 결국 둘은 두 손을 뜨겁게 맞잡았다. 이택근은 “교섭 시작일 새벽에 사장님이 직접 연락을 주셨다. 마음을 움직인 결정적인 이유다. 마치 집으로 돌아가는 듯 편안하다”고 했다.
● 전환점. ‘히어로즈의 반격’
넥센의 재정상태는 창단 이후 해가 거듭될수록 호전되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적자가 크지 않았다”는 것이 구단관계자의 설명이며, “올시즌에는 손익분기점을 맞췄다”는 야구계 안팎의 증언도 있다. 이장석 사장은 “이번 FA영입은 우리 구단의 새로운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 간 ‘선수들을 팔아 유지하는 구단’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기 때문이다.
● 이택근의 가치. ‘만년 하위권 탈출의 계기 되나’
2011년 2월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스버그. 팀의 스프링캠프를 지켜보기 위해 이 곳을 방문한 이장석 사장은 자신의 비전에 대해 얘기했다. 이 가운데는 이택근에 대한 얘기가 포함돼 있었다. “강팀이 되기 위해서는 구심이 있어야 합니다. 이택근이 바로 그 역할을 해 줄 선수라고 생각했어요. 이숭용의 뒤를 이어 주장감으로 생각했던 선수인데…. 지금은 비록 헤어져있지만, 언젠가는 꼭 함께 하고 싶어요.” 그 때만 해도 이 말의 무게감은 크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9개월 만에 상황은 바뀌었다. ‘3년 안에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목표를 세운 넥센에게 이택근의 영입은 도약의 첫 단추인 셈이다.
3월 넥센과 3년 재계약한 김시진 감독은 4월 이 사장과의 식사자리에서 “FA 영입” 얘길 꺼냈다. “한 명만 잡아주십시오.” 김 감독은 이후에도 3∼4번 정도 같은 뜻을 전달했다.
결국 넥센은 ‘상징성’과 ‘실력’, 유무형의 가치를 모두 지닌 이택근을 택했다. 20일 이택근 영입 소식을 들은 김 감독은 “나도 놀랄만한 소식이다. 아직 포지션 등 구체적인 활용방안에 대해서는 말할 단계가 아니지만, 구단 전력에는 큰 보탬이 될 것”이라며 웃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