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탁 경성고 교사
그런데도 먹고 입고 쓰는 돈 이야기, 무상복지 이야기, 차기 대권 이야기들로만 넘쳐난다. 그보다 더 중요한 이야기가 있는데 말이다.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왜 아무도 말하지 않나. 이건 아니라고, 이렇게 살아선 안 된다고. 아는 건가 모르는 건가,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건가.
사람은 두 가지를 먹어야 살 수 있다. 그것은 양식(糧食·food)과 양식(良識·good sense)이다. 糧食은 신체 활동을 위해 먹어야 할 것이고, 良識은 정신 활동을 위해 마음으로 먹어야 할 지성적 품성적 먹거리다. 糧食은 제철에 나는 음식들을 고루 먹으면 그것으로 건강한 몸을 보전하는 데 충분하다. 良識은 초중고 시절 다양한 교과목을 통해 배우고 익히는 지식과 품성이면 일생의 밑거름으로 부족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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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청소년들은 사랑 절제 배려 등과 같은 품성적인 덕 교육에 노출되는 시간이 적다. 이것은 태어난 후 생활 속에서 지속적 반복을 통해 습관이 됐을 때 가능하다. 다산 정약용 선생도, 아리스토텔레스도 덕은 인간 본성에 내재해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끊임없이 실천하는 가운데 형성되는 것이라고 했다. 한 마리 제비가 왔다고 봄이 온 것이 아니듯 한두 번 옳고 바른 일을 한다고 좋은 품성이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품성의 습관화를 꾸준히 촉진하는 학교 교육프로그램 강화 방안부터 찾아야 한다.
맛있는 김치는 싱싱한 배추를 소금에 절여 간이 밸 때까지 기다리고, 잘 버무린 양념과 담그는 사람의 정성어린 손맛이 보태질 때 나온다. 좋은 품성을 갖춘 인간도 이와 같다. 그들의 정신을 채워줄 좋은 내용으로 바르게 안내하면서 때로는 기다려주고 때로는 애정 어린 손길로 다독거릴 때 우리 아이들은 ‘맛있게’ 길러질 것이다.
몸과 마음이 탐욕과 부패로 물든 병리(病理)사회로 갈 것인지, 도리(道理)를 바탕으로 맛깔스러운 사람들로 넘치는 맛있는 사회로 갈 것인지에 대해 우리 모두 진지하게 고민해 보자.
심상탁 경성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