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16일 “존재 여부조차 알려지지 않았던 중국계 유대인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과 유대교란 어울리지 않는 문화의 틈바구니에서 명맥만 유지해 왔던 이들의 자아 찾기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계 유대인의 기원은 9세기 당나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실크로드를 타고 건너와 당시 교역의 본산이던 허난(河南) 성 카이펑(開封)에 정착한 페르시아 유대인들이 시조다. 화교와 유대인은 ‘세상 어디서도 똘똘 뭉쳐 정착한다’는 평을 듣는 민족. 그 화교의 땅에서 유대인들도 한때는 번영을 이뤘다. 송나라 땐 높은 관직까지 배출하며 5000명이 넘는 세력을 이루고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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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그들에게 손을 내민 건 시민단체 ‘샤베이(Shavei) 이스라엘’이었다. 세계에 흩어진 유대인 후손을 모아 이스라엘로 데려오는 활동을 벌이는 이 단체가 2005년 중국계 유대인과 접촉했다. 중국 정부의 등쌀 탓에 어렵사리 14명만 이스라엘로 넘어왔다. 진 씨는 바로 그때 건너온 후손 중 한 명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에 왔다고 모든 것이 해결된 게 아니었다. 유대교 법정이 이들을 유대인으로 인정하질 않았다. 사실 말도 통하지 않는 데다 돼지고기를 즐기고 유월절도 지키지 않는 그들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오랜 논란 끝에 법정은 “몇 년간의 교육과 회개 과정을 이수한 뒤 최후 문답에서 합격하면 인정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달 16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있는 ‘통곡의 벽’을 방문한 중국계 유대인들. 이들은 유대교가 중국에서 공식 인정받지 못하는 탓에 얼굴 공개를 부담스러워했다. 출처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진 씨는 곧 중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할례까지 치렀건만 복잡한 절차 탓에 결국 이스라엘 시민권 획득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낙담하지 않았다. 진 씨는 “그 옛날 중국에 건너간 조상님은 유대교를 세상에 전파할 의무가 있었다”며 “어쩌면 내게도 다시 중국 유대교를 부흥시킬 사명이 부여된 건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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