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스위스 최대 금융회사인 UBS는 올해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3.3%와 2.8%로 내다봤다. 6월 내놨던 전망치 3.8%(2011년)와 4.0%(2012년)에서 대폭 낮아진 수치다. 국내외 투자은행과 경제연구소 가운데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대로 전망한 것은 UBS가 처음이다.
UBS 외에 다른 IB들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잇달아 하향조정하고 있다. 프랑스의 BNP파리바는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4.6%에서 3.4%로, 바클레이즈는 4.1%에서 3.5%로 떨어뜨렸다.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4.0%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본 IB는 노무라(5.0%)와 BoA메릴린치(4.6%), 골드만삭스, JP모건(각 4.2%) 등 4곳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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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크게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은 그리스 재정위기가 주변국으로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올해 말부터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 경기위축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올 4분기에 독일이 마이너스 성장으로 떨어지고 프랑스와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 주요 국가들과 미국은 제로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침체는 단기간 극복되기 어려운 만큼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실물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인 수출의 증가속도는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 수출은 471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9.6% 늘어나는 데 그쳐 8월 수출 증가율(25.9%)보다 훨씬 둔화됐다. 8월 광공업생산 지수도 작년 같은 달보다 4.8% 증가했으나 전월보다는 1.9%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내년 1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주저앉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럽 재정위기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전까지는 선진국의 소비심리 냉각이 불가피한 만큼 전자·정보기술(IT), 자동차 등 선진국 경기에 민감한 한국의 주력 수출업종은 당분간 실적 악화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1년 전과 비교한 전년 동기 대비 경제성장률과 달리 직전 분기에 비해 경제규모가 얼마나 커졌거나 작아졌는지를 보여주는 전분기 대비 경제성장률은 경기상황 파악에 좀 더 적절한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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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