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인정하는 인터넷 강국에 걸맞게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은 피임 지식 역시 인터넷을 통해 얻는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아시아 9개국을 대상으로 한 피임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20∼35세의 젊은 성인들은 조사 국가 중 가장 높은 65%가 인터넷을 통해 피임에 관한 정보를 얻는다고 응답했다. 물론 피임에 대한 지식을 실생활에서 가까이 하고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창구를 통해 자주 접하고 있다는 것은 실로 반가운 일이다.
문제는 인터넷에 난무하는 피임에 대한 정보가 어느 정도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갖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 과연 얼마나 유의미한 정보를 올바르게 얻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의료진이 제공하는 의학적인 정보나 뉴스 기사를 통해 얻는 정보보다 블로그나 카페, 또래들이 남긴 답변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잘못된 피임 정보를 얻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잘못 습득한 피임 지식이나 피임법에 대한 오해와 속설들이 또 다른 인터넷 콘텐츠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은 더욱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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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청소년의 경우 인터넷을 통해 피임 지식을 얻고자 하더라도 정보에 대한 접근마저 차단돼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방문자를 자랑하는 한 포털 사이트에서 콘돔을 검색해 보면 유해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어 성인 인증이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나타난다. 콘돔에 대한 검색이 자유로운 해외 포털 사이트들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청소년들을 음란물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마련된 조치로 이해하기에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
성(性)이나 피임에 대한 이슈를 원천봉쇄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실제로 콘돔이라는 단어에 대한 검색을 차단한다고 해서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음란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되거나 혼전 순결을 지키는 것도 아닐 뿐더러 오히려 올바른 피임으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병석 대한피임생식보건학회 회장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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