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보다 10배 빠른 초전도선 제조거미에서 단백질 분해효소 발견
박호용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 연구원은 무당거미에서 발견한 단백질 분해효소를 이용해 사료 첨가제 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했다. 한국생명과학연구원 제공
초전도는 특정 온도 이하에서 물질의 저항이 ‘0’에 가까워지는 현상이다. 초전도 물질로 전선을 만들면 열에 의한 전력 손실이 거의 없어 같은 굵기의 구리 전선보다 170배나 많은 전류를 흘려보낼 수 있다. 하지만 초전도선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8가지나 되는 금속화합물질을 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두께로 층층이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처럼 진공 장비에 넣고 한층 한층 쌓다 보니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 문제다.
■ 문승현 서남 대표, 분자배열 규칙적 초전도선 상용화
연구팀은 초전도 물질에 압력을 순식간에 높이는 방식으로 분자 배열을 규칙적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올해 4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초전도선을 한 시간에 500m 이상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보다도 10배나 빠른 속도다. 서남은 이 기술로 초전도선을 만들어 지난해 7억 원의 매출을 냈다. 서남은 현재 제주도 변전소에 들어가는 초전도 케이블을 개발하기 위한 초전도선 실증 시험을 앞두고 있다.
■ 박호용 연구원, 거미 장내 효소로 사료첨가제 생산
박호용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미생물유전체활용기술개발사업단)도 연구 결과를 사업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무당거미에서 발견한 미생물 중 단백질 분해 능력이 큰 ‘아라자임’을 제품에 적용했다.
박 책임연구원은 무당거미가 먹이를 먹는 모습을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무당거미는 먹이를 잡으면 소화효소를 먹이의 몸속에 찔러 넣는다. 20∼30분이 지나면 먹이의 몸은 껍질만 남기고 흐물흐물해진다. 그는 거미가 단백질 분해 능력이 뛰어난 이유를 밝히기 위해 7년 동안 거미의 장을 절개해 장내 미생물을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거미의 장 속에 서식하는 미생물이 온도나 pH 조건, 단백질 종류에 관계없이 단백질 분해를 잘 시키는 효소를 생산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문승현 서남 대표는 초전도선(아래)을 한 시간에 500m 이상 대량 생산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이영혜 동아사이언스 기자 yhlee@donga.com
인섹트바이오텍 구본환 연구개발팀 차장은 “효소는 생장 속도가 빨라서 5mL만 있어도 일주일 만에 20t짜리 배양액을 가득 채운다”며 “사업성이 큰 기술”이라고 말했다. 인섹트바이오텍은 지분의 절반을 받는 조건으로 말레이시아 효소 회사와 합작기업을 설립하고 공장 설비를 현지에 짓고 있다.
이영혜 동아사이언스 기자 yh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