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90권 펴낸 요리 고수 “휴일엔 전국 맛집 돌아요”
올 4월 부임한 롯데호텔서울 중식당 ‘도림’의 셰프, 피터 야오 씨는 재료의 겉과 속이 모두 잘 익게 하는 불조절의 ‘달인’으로 업계에 정평이 나 있다. 그는 “멋에 치중하지 않고 원재료의 풍미를 살린 건강한 요리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변영욱기자 cut@donga.com
홍콩의 고급 유명 레스토랑인 ‘푹람문’ 조리장, 대만의 프라미스트랜스호텔 중식부문 총괄주방장 및 그랜드하얏트 부주방장, 상하이 그랜드하이엇호텔과 다롄 인터콘티넨털호텔 레스토랑 중식부문 총괄주방장 등으로 화려한 경력을 쌓아온 그는 “트렌드에 민감하고 패셔너블한 도시에서 일해보고 싶어 서울을 택했다”고 말했다.
15일 ‘도림’에서 만난 그와 그의 요리는 묘하게 닮은 모습이었다. 구운 양갈비 위에 커리, 마늘 등 8종류의 향신료로 만든 소스를 뿌린 ‘로딩콩 소스를 곁들인 양갈비구이’는 양고기 특유의 비린내가 나지 않는 담백함이 인상적이었다. 찐 메로에 피망 생강 마늘 양파 등으로 만든 양념과 굴소스를 섞은 ‘메로 생선찜’에서는 재료의 원래 맛을 최대한 살리려고 애쓴 셰프의 고집이 느껴졌다. 푸근하면서도 내공 있어 보이는 단단한 인상의 야오 씨는 “지나치게 멋을 내지 않고 집에서 먹는 것 같은 푸근함을 주는 것이 요리철학”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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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무려 90권의 요리책을 펴낸 저자로도 유명하다. 2001년부터 쓰기 시작했다는 요리책 리스트 가운데 ‘맛있는 김치를 만드는 9가지 기법 대공개’가 눈에 쏙 들어왔다. 한국식은 물론이고 일본식, 중국식 김치 등을 만드는 방법을 다룬 책이다.
“2003년쯤 펴낸 책인데 나오자마자 다 팔렸어요. 어렸을 때 할머니가 젓갈로 만드는 요리를 많이 만들어주셔서 젓갈에 관심이 많았고 그래서 이를 활용한 김치 요리책을 냈는데 마침 그때 대만 홍콩 등에서도 김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거든요.”
(왼쪽부터)메로 생선찜, 랍스터 칠리소스, 로딩콩 소스를 곁들인 양갈비구이
“아홉째 동생도 요리사의 길을 택했어요. 제가 대만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고 이 직업에 매력을 느꼈다는데 아무래도 아버지가 요리를 잘하셔서 형제들이 영향을 받았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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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 있는 가족을 떠나 혼자 호텔에서 생활하는 그는 새로운 맛을 경험하느라 외로움을 느낄 틈도 없다고 말했다. 근무하지 않는 날에는 다른 호텔 중식당은 물론이고 남대문시장의 노천요리집, 줄 서야 겨우 먹을 수 있다는 전국의 맛집을 찾아다니면서 시장조사에 매달리고 있기 때문. 예리한 미각을 유지하기 위해 지금껏 술 담배를 한 번도 입에 댄 적이 없다는 그는 “맛 개발에 집중해 보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건강한 요리를 선보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