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최근 국내 석유제품 소비는 급속히 늘어나는 현상이 벌어졌다. 주유소 공급가를 L당 100원 인하한 GS칼텍스가 6월 1∼14일 휘발유와 경유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5%, 36% 증가했다. 1년 사이 GS칼텍스 기름을 파는 주유소는 170여 개가 줄었는데도 이처럼 판매량이 늘어난 것은 가격인하 종료를 앞두고 주유소들이 미리 ‘사재기’를 하려는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현대오일뱅크도 가격인하 전보다 20% 이상 주문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일부 정유사 주유소에서는 일시적인 공급 부족 사태도 빚어졌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주유소들은 보통 월말에 재고를 준비하는데 이번 할인기간에는 월초에도 주문을 쏟아냈다.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고는 있지만 장사하는 사람들로선 쌀 때 많이 들여놓으려는 게 당연한 일 아니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휘발유와 경유의 주유소 공급가격을 L당 100원씩 내린 뒤 3개월간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부담액은 총 7000억∼8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KB투자증권은 업계 1위인 SK이노베이션의 부담액이 2450억 원, GS칼텍스가 1950억 원, 에쓰오일이 840억 원가량일 것으로 예상했다. 내수시장 중심인 현대오일뱅크는 800억∼900억 원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21일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도 기자간담회에서 “이 정도 기름값을 인하했으면 충분히 고통을 분담한 것 아니냐”라면서 가격 인하조치 연장에 반대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기름값 복귀 국면을 무사히 넘기려면 국제유가가 떨어지거나 정부가 유류세를 내려주거나 해야 하는데 정유사로선 ‘기우제’를 지내는 것처럼 쳐다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