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봉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현행 방식은 성과급만 결정할 뿐
기관장이 물러나는 공공기관은 국민들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잘 모를 정도로 규모가 작은 곳이다. 게다가 경고조치를 받은 기관장 8명 중 4명이 이미 바뀐 상태여서 평가 결과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있다. 공기업 직원들과 관련 부처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일이겠으나 국민들에게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별 흥밋거리가 안 되고 말았다. 결국 공공기관 평가는 공기업 직원들의 성과급 규모를 결정하는 것 빼고는 특별히 한 일이 없어 보인다.
최근 공직에 대한 사정 바람과 공직비리 문제가 불거지고 있으나 공공기관은 경영평가에서 나타난 것처럼 별 문제 없는 것일까. 대부분의 국민은 공공기관이 별 탈 없이 잘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를 비롯한 각종 공기업의 부채가 급증하고 있고 고속철 사고가 끊임없이 보도되고 있으며 한겨울에 전력이 모자랄 뻔했던 일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물론 공공기관만이 문제가 아니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한 뒷감당을 공공기관이 맡는 경우도 생겼고, 공공요금을 제때 제대로 올리지 않아 공공기관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정부가 만들어 주지도 못했다. 그러나 제대로 된 공공기관 평가라면 이런 정부의 문제점과 간접적 책임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런저런 상황과 핑계를 다 감안하고 공공기관을 평가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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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자율을 허락하되 그 책임은 철저하게 묻는 것이 공공기관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토양이라는 생각이 든다. 포스코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무엇보다도 박정희 대통령이 박태준 회장에게 거의 완벽한 자율성을 허락하였고 자리에 대해 걱정하지 않도록 연임도 허용하였기 때문이다.
시장서 도태된 기관은 퇴출시켜야
지금은 평가가 좋은 기관에 인원을 자유롭게 채용하도록 자율성을 조금씩 부여하고 있지만 이는 그 순서가 거꾸로 된 것이다. 즉, 성과가 좋으면 자율을 허용하는 것이 아니고 자율을 허용해서 성과를 높여야 한다. 포스코가 세계 시장에서 평가를 받았듯이 많은 공공기관도 시장과 소비자와 국민의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반면 시장의 평가에서 도태된 공공기관은 과감하게 퇴출시켜야 할 것이다. 정부의 지원과 구제, 그리고 부채로 연명하는 공공기관은 국민에게 짐만 될 뿐이다.
현재와 같은 공공기관 평가가 긴장감을 조성하고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심스럽다. 이런 공공기관 평가는 받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재미없고 지루하다.
조성봉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