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타적 경제수역 범위 놓고 해양법 전문가들 뜨거운 공방“해수면 올라 기준점 고쳐야”… “한번 정한 것 바꿀 수 없다”
인도양의 몰디브.
태평양 서쪽의 섬나라 키리바시와 인도양의 몰디브는 최근 국가의 존립 자체를 걱정하고 있다. 해수면 상승으로 나라 전체가 물에 잠기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100년간 해수면이 20cm 높아진 데 이어 2100년까지 1m가량 더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기상 이변으로 지진해일(쓰나미) 등이 덮치면 수몰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것. 하룻밤 새 사라져 전설이 된 아틀란티스의 전철을 밟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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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해양법에 따르면 자국 연안에서부터 200해리(海里)까지의 바다 자원에 독점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대륙붕도 해변으로부터 200m 깊이 완만한 경사의 해저 지형으로 규정돼 있다. 해수면 상승으로 섬나라가 잠기게 된다면 EEZ와 대륙붕의 구역을 정할 기준점이 애매해진다. 한번 기준점을 인정했으면 설령 그 기준점이 바다에 잠긴다 해도 인정해줘야 한다는 의견과 수면 밑으로 사라지면 더 이상 인정하기 곤란하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섬나라가 아닌 단순한 돌에는 경제적 권리를 인정할 수 없다는 현행 규정도 도마에 올랐다. 국제해양법은 사람이 살지 않는 바윗덩어리나 국민이 경제활동을 영위하지 못하는 곳은 경제적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이 오키노토리시마(沖ノ鳥島)라 부르는 곳을 섬으로 만들기 위해 1988년부터 암초에 방파제를 쌓으며 인공섬을 조성한 것도 이 때문이다. 파도가 조금만 높게 일면 전체가 물에 잠기는 것으로 알려진 이곳을 중국은 ‘단순한 돌’이라 주장하고 있다. 최근 한 국제회의에서는 해수면 상승으로 위협받는 국가가 인공섬이나 구조물을 만들어 주민을 살게 한다면 다른 국가처럼 주권을 가질 수 있게 만들자는 주장도 나왔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