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까지 구글 CEO였던 에릭 슈밋 구글 이사회 의장(사진)의 말이다. 구글은 21세기 들어 변화를 선도해온 대표적 기업이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시장을 잠식해 나가는 속도는 구글 CEO도 뒤늦게 땅을 칠 정도로 빨랐다.
슈밋 의장은 1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랜초팔로스베르데스에서 열린 ‘월스트리저널 올 싱스 디지털 D9 콘퍼런스’에 참석해 “4년 전 페이스북을 보고 구글도 비슷한 걸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부 문건도 만들었다. 그러나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페이스북을 너무 무시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사용자들이 남긴 글이나 사진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관심사가 무엇인지 파악한다. 그 다음 사용자가 가장 관심을 보일 만한 광고를 골라 노출시킨다. 페이스북의 가장 기본적인 수익 모델이다.
구글도 광고가 주 수입원이다. 구글은 사용자가 입력한 검색어를 분석해 광고를 선택한다. 문제는 어떤 검색어를 왜 입력했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광고주가 보기에 페이스북 방식이 더욱 효과적이다. 페이스북의 성장과 함께 구글 광고 수입은 성장세가 둔화됐다.
슈밋 의장은 “선수를 빼앗긴 뒤 남은 선택은 페이스북에 ‘우리와 협력해 달라’고 매달리는 것뿐이었다”며 “그러나 페이스북은 이미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하기로 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지분 1.6%는 MS 소유다.
구글은 3월 ‘플러스원’ 서비스를 통해 추격에 나섰다. 플러스원은 사용자가 마음에 드는 웹페이지나 광고를 발견했을 때 ‘+1’을 눌러 추천하는 기능. 서비스 도입 초기부터 “페이스북의 ‘좋아요(like)’를 따라했다”는 말이 많았다. 구글이 그만큼 조급하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MS가 다시 포함될 것 같지는 않다”며 “MS는 이미 공룡이 됐다. 느린 공룡은 변화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