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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재보선]다걸기했던 ‘친노 성지’ 김해을 패배… 유시민 추락하다

입력 | 2011-04-28 03:00:00

참여당 이봉수 후보 낙선 충격




고개 숙인 柳 27일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 사무실에서 유시민 대표(가운데)가 눈을 감은 채 낙담한 표정을 짓고 있다. 김해=최재호 기자 choijh92@donga.com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가 27일 4·27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패배로 깊은 상처를 입게 됐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에서 노 전 대통령의 ‘적자(嫡子)’ ‘정치적 경호실장’을 자임해온 유 대표가 심판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친노(親盧) 정당’이 친노세력의 ‘성지(聖地)’에서 패배함으로써 참여당은 존립 근간을 위협받는 상황이 됐다. 지난달 19일 당 대표로 화려하게 전면에 떠오른 지 불과 40여 일 만에 ‘추락’을 맛보게 된 셈이다. 김해시 장유면의 이봉수 후보 선거 사무실에서 초조하게 개표 방송을 지켜보던 유 대표는 패배가 확정되자 조용히 자리를 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유 대표의 지난해 6월 경기도지사 선거의 재판(再版)같다는 얘기가 많다. 똑같이 야권 단일 후보로 나서고도 패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야권 단일화 과정을 지켜본 현지의 우리 당 지지자들이 ‘한나라당에 내줄지언정 죽어도 유시민은 못 도와주겠다’고 하더라”며 민주당 지지층이 유 대표에게 등을 돌린 점을 패인으로 지목했다.

유 대표는 이 후보를 야권 단일후보로 만드는 과정에서 특유의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며 끝까지 버텨 원하는 단일화 방식을 관철시켰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에서는 유 대표를 향해 “연탄가스” 등의 극언을 퍼붓고, 야권연대를 중재했던 시민단체도 “협상이 결렬되면 모든 책임은 참여당에 있다”며 유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민주당 후보로 거의 낙점됐던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의 불출마를 종용한 것이 유 대표라는 관측이 퍼져 있어 잠복해있던 친노 세력의 내부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높다.

이번 재·보선의 패배는 유 대표의 차기 대선 가도에도 암초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6·2지방선거 때 낙선한 뒤 영남에서의 승리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전략이었지만, 또다시 패배하면서 ‘확장성의 한계’라는 꼬리표를 떼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라이벌인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한나라당 텃밭인 경기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만큼 유 대표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란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참여당은 숙원이던 원내 진입에 실패하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예상되는 야권연대 협상에서 발언권이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유 대표를 친노 세력 분열의 ‘공적(公敵)’으로 몰아붙이면서 총선 전 통합을 요구할 태세다. 민주당의 한 중진은 “유 대표는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됐다”며 “지금부터라도 비타협적이고 폐쇄적인 이미지를 바꿔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참여당 관계자도 “당과 유 대표 모두에게 뼈아픈 결과”라고 아쉬워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