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법무법인 정률 대표변호사 전 강원지방경찰청장
작년 가을 두 자녀의 엄마가 찾아 왔다. 꽤나 재력이 있던 남편이 외도를 하면서 가정은 전혀 돌보지 않고 상당한 부채만 지게 돼 이혼을 결심한 것이다. 물증이 있느냐고 했더니 그렇지는 않다고 한다. 증거를 가져와야 소송이 수월하게 진행된다고 하니까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되묻는다. 더는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었다. 보름이 지나자 그 여인은 물증을 가져 왔다. 묻지 않았지만 소위 말하는 흥신소에 의뢰했을 것이다. 어느 아내이자 엄마인 사람이 남편의 외도 현장을 잡기 위해 며칠을 잠복할 수 있을까.
한 해 평균 범죄는 200만 건, 고소고발은 40만 건이 넘는다. 국민 중에 사기 한 번 당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사기는 매년 20만 건 이상 발생하지만 1년 이내 검거는 50%가 되지 않고 기소율은 20% 정도에 불과하다. 매년 6만 명이 넘는 실종 가출자 등은 경찰관의 도움이 절실하지만 수사경찰은 2만 명이 안 된다. 국민 중 사기 피해자와 실종 가족만 애가 탈까.
하지만 국회에서 쉽게 처리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17대 국회에서 입법 작업이 있었지만 무산되었고 이번 국회에서도 3년 전에 관련 법률이 발의되었지만 아직 논의 중이다. 관계 부처 간의 다툼, 기득권을 가진 업계의 반발로 지체된다는 얘기가 나온다.
우리 사회에는 영화 속 ‘라이언 일병’ 같은 처지의 사람이 많은데 정작 그 임무를 맡는 사람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오히려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을 꿀 따러 가는 일로 착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누가 착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이것 하나만은 분명하다. 특정 기관의 집단이기주의로 인해 탐정제도 도입이 불가능한 것은 가당치도 않다는 사실이다.
송강호 법무법인 정률 대표변호사 전 강원지방경찰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