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기적 신제품도 금형기술이 빛내”… 삼성 - LG전자도 다시 뛰어들었다
광주 북구 오룡동 삼성전자 정밀금형개발센터에서 직원들이 금형 제작에 대해 의논하고 있다. 중간의 송곳같이 생긴 물체는 가공공구로, 컴퓨터에 의해 필요한 공구가 기계에 자동으로 부착돼 금형 틀을 깎는다. 삼성전자 제공
지난달 27일 광주 삼성전자 정밀금형개발센터의 한 연구원이 ‘이중사출’ 기계를 점검하며 설명했다. 26억 원에 이르는 이 ‘붕어빵 틀’은 한 번의 사출로 2가지 색으로 이뤄진 제품의 케이스를 찍어낼 수 있다. 예를 들면 테두리는 투명하고 뒷부분은 검은 모니터 같은 제품 말이다. 예전 같으면 두 번 이상의 공정을 거쳐야 했던 작업이다. 한 번에 두 개를 찍어 내고 속도도 빨라 생산성을 최고 8배로 높일 수 있다.
정밀금형개발센터는 삼성전자가 1400억 원을 들여 1만9590m² 넓이에 지상 2층 규모로 지난해 10월 완공했다. 2001년 분사했던 금형 부분을 약 10년 만에 다시 내부로 가져온 것이다.
○ 수난의 역사
1990년대 후반 금형사업을 분사한 LG전자는 금형기술이 없어 뼈저린 아픔을 경험했다. 제품 설계와 디자인 능력은 있는데 이를 구현할 금형기술이 없어 생산에 차질을 빚은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독일과 일본에서 로열티를 주고 금형기술을 사오기도 했지만 협력업체인 국내 중소기업들조차 사온 기술을 구현하지 못했다. 비싼 값을 주고 사온 기술은 무용지물이 됐다.
아픔을 경험한 LG전자는 현재 경기 평택에 대지 2만6400m², 총건축면적 1만1500m²의 금형공장을 짓고 있다. 올해 말 가동에 들어갈 이 공장에는 휴대전화 등의 소형 금형은 물론이고 TV와 가전제품 등의 중대형 금형을 개발, 생산할 수 있는 정밀 금형제작 첨단설비가 들어선다.
2009년 말 삼성전자 연구원들은 경영진으로부터 “첨단 금형공장을 지을 테니 유명 글로벌 기업들의 금형공장을 벤치마킹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금형기술이 떨어져 품질이 좋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연구원들은 내부 금형공장을 운영하는 기업들을 조사했다. 국내 현대자동차그룹, 일본의 도요타자동차와 캐논, 독일의 폴크스바겐과 BMW 등이 직접 금형공장을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분야에서 경쟁하는 기업을 제외하고 공장을 견학하고 싶다는 의사를 타진했지만 답은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 “금형개발 뒤지면 낙오” 全공정 컴퓨터 제어 ▼
삼성전자 관계자는 “그만큼 금형은 이제 첨단기술이며 보안사항이 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결국 폴크스바겐과 작지만 기술이 뛰어난 몇몇 기업의 금형공장을 둘러본 뒤 삼성전자는 광주 공장을 지을 수 있었다. 최성욱 삼성전자 수석연구원은 “제품의 수명 주기가 짧아져 획기적인 신제품을 빨리 내놓으려면 내부 금형개발센터의 역할이 필수가 됐다”고 말했다.
○ 중소기업과의 갈등
삼성전자의 정밀금형개발센터는 최첨단 공장이다. 내부 온도는 1년 내내 일정하게 유지되고 통상 뿌리산업 관련 공장에 많은 먼지나 냄새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지진에 대비해 30m 길이의 기둥 3000개를 바닥에 박았고 모든 공정은 슈퍼컴퓨터가 제어한다. 하지만 전문 인력은 부족하다. 중소기업에서 인력을 영입하자 인력을 뺏긴 업체들이 들고일어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광주 공장의 75%는 신입 인력으로 채워졌다. LG전자도 중소기업을 의식해 사내에 ‘금형 아카데미’ 과정을 신설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제는 금형 관련 투자와 연구개발을 꾸준히 하지 않으면 제조 경쟁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다”며 “새로 지은 공장은 금형 개발 위주로 운영하고 개발된 기술을 중소기업에 전수해 함께 생산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광주=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