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논평 : KAIST 개혁 여론몰이 안 된다
KAIST 학생들과 교수의 잇따른 자살을 계기로 서남표 총장의 개혁이 논란의 대상이 됐습니다. 교수협의회는 어제 비상총회를 마친 뒤 "우리는 개혁에 반대하지 않고 개혁에는 고통이 수반됨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교수들은 서 총장의 사퇴요구안을 104 대 64로 부결시키고 서 총장에게 새로운 리더십을 요구했습니다. 지속 가능한 개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하고 자유롭게 토론해 발전의 방향을 찾아가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습니다. 교수들의 합리적이며 이성적인 판단은 존중돼야 합니다.
광고 로드중
박 모 교수의 자살은 연구실 운영비 일부를 개인 용도로 쓴 사실과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박 교수는 최근 교육과학기술부 감사에서 관련 사실이 드러나자 고심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논문을 221편이나 쓴 생체재료 분야의 권위자인 박 교수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서 총장의 개혁과는 무관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학생 4명의 자살 원인도 제각각이며 서 총장의 개혁과 직결시키는 것은 무리해 보입니다. 자살한 학생 중에는 성적이 좋은 학생도 있고 KAIST 학사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한국정보통신대(ICU) 출신도 있습니다. KAIST 학생들의 자살은 서 총장 취임 전에도 많았습니다.
2006년 취임한 서 총장은 그동안 개혁 드라이브로 상당한 성과를 올렸습니다. 물론 그로 인한 학생들의 압박감도 적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을 만들기 위해서는 교수들이 밝힌 것처럼 고통이 따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KAIST가 개교 40년 만에 처한 위기를 합리적 토론과 이성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도와야 합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