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관리기업은 일조회 몫” 광주법조계 소문 사실로
최근 1년 사이에 광주전남지역 알짜 법정관리기업의 관리인이나 관리인 대리, 감사 자리에 광주일고 출신 인사가 대거 진출했다는 풍문이 사실로 판명됐다. 이 시기는 ‘법정관리기업 인사 파문’을 일으킨 선재성 수석부장판사(49)가 광주지법 파산부 수장으로 있던 시절. 선 부장판사는 광주일고 출신으로 동문을 대거 지역 법정관리기업 관리인 등으로 보내 지역 사회에서 ‘광주일고 싹쓸이론’을 일으키기도 했다.
○ 알짜기업은 광주일고 몫
광주전남지역의 대표적인 건설업체인 K기업은 지난해 4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K기업은 2009년 시공능력 평가액이 6994억 원으로 전국 50위, 광주 3위의 중견기업이었다. 선 판사는 광주일고 4년 선배인 K기업 대표이사가 도움을 요청하자 “회생사건을 잘 처리할 변호사를 법률고문으로 찾아보라”고 조언했다. 대표이사는 고교 후배인 김모 변호사와 법률 고문 계약을 맺었다. 선 부장판사는 관리인이 동의하자 곧바로 김 변호사를 감사로 선임했다.
지역 중견 업체의 감사와 관리인 대리로 광주일고 출신들이 선임되자 지역 법조계에선 특정고 출신들이 굵직굵직한 법정관리 기업을 싹쓸이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광주일고 출신 법조인 모임인 ‘일조회(一曹會)’가 전횡을 부리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그 논란의 중심에는 선 부장판사가 있었다. 선 부장판사가 기업회생의 칼자루를 휘두르는 광주지법 파산부 수석부장판사로 부임한 지 3개월이 채 안 된 때였다.
올해 1월 말 현재 광주지법 파산부가 맡고 있는 법정관리회사는 모두 76개. 이 가운데 광주일고 출신이 법정관리인과 관리인 대리, 감사로 선임된 회사는 19개였다. 19개 가운데 5개는 자산규모가 1000억 원이 넘는 알짜기업이었다.
그중 하나인 S건설과 2개 계열사 등 3개 기업의 감사는 선 부장판사의 고교 동기동창인 강모 변호사(50)가 맡았다. 강 변호사는 선 부장판사가 파산부를 맡은 이후 수임건수가 크게 늘었다. Y중공업이나 D페이퍼텍 관리인 2명도 선 부장판사의 동문 선배들로 채워졌다.
○ “선부장 덕 본다” vs “마녀 사냥”
이런 시선에 대해 광주일고 출신 법정관리인이나 감사 등은 ‘마녀 사냥’이라며 억울해하고 있다. 선 부장판사와 동문인 한 변호사는 “최근 10년간 수석부장판사의 70% 정도가 동문일 정도로 광주일고 출신 법조인이 많다”며 “법조계뿐 아니라 금융권 전문가들이 많기 때문에 이런 오해를 받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광주일고 출신 관리인은 “법정관리인이나 감사 선임 논란은 2008년 대구지법이나 지난해 부산지법과 창원지법에서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지역의 한 변호사는 “법정관리인 등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선발해 파견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