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원 워싱턴 특파원
그런 켈리 씨가 4일 ‘중대결정’을 내렸다. 텍사스 주 휴스턴 존스우주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는 “우주로 복귀한다”고 밝혔다. 임무는 4월 19일 알파자성(磁性) 분광계를 싣고 우주정거장으로 날아가 2주일간의 임무를 마치고 지구로 복귀하는 것. 5명의 승무원을 지휘하는 우주왕복선 인데버호의 선장 역할이다.
1992년 5월 첫 비행을 시작한 우주왕복선 인데버호는 이번이 마지막 비행이다. 켈리 씨도 이번 비행이 개인적으로 네 번째이자 생애 마지막 비행이 될 가능성이 높다.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때문인지 기자회견 내내 그의 얼굴에는 불안과 결단의 표정이 교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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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켈리 씨는 “개비(기퍼즈 의원의 애칭)와 나의 가족, 그리고 미항공우주국(NASA) 등 관련자들이 숱하게 논의한 끝에 결정한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기퍼즈 의원의 ‘허락’을 직접 얻지 못했지만 “내가 개비를 잘 알고 아내가 뭘 원하는지를 알기 때문에 오히려 결정이 어렵지 않았다”고도 했다. 국가와의 약속이나 봉사라는 거창한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하지만 기자회견을 지켜보는 기자의 뇌리 에는 순직한 한주호 준위의 모습이 자꾸 중첩됐다. 지난해 3월 30일 천안함과 함께 백령도 앞바다에 가라앉은 장병들을 구하겠다며 자원해서 구조작업을 벌이는 장면이 선명히 다가왔다.
연방하원이라는 자리에서, 그리고 우주비행사라는 자리에서 국가를 위한 봉사의 길을 걸어온 부부가 다시 고단한 여행을 시작한다. 기퍼즈 의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빼곡히 짜인 재활 프로그램을 소화해야 하고 켈리 선장은 병상의 부인을 잠시 제쳐두고 미지의 하늘로 날아가 인류가 살아갈 미래의 모습을 고민하게 된다.
머리에 관통상을 입고 살아날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켈리 씨는 4월 19일 인데버호가 지구를 떠나는 날 부인이 케네디 우주센터로 와 카운트다운을 지켜보는 장면을 상상한다고 했다. 그는 어쩌면 2주일간의 임무를 마치고 지구로 복귀하는 그날 기퍼즈 의원이 밝은 얼굴로 손을 흔들며 환영하는 모습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다. 미국인들은 켈리 선장과 함께 또 다른 기적을 꿈꾸고 있다.
하태원 워싱턴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