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야구가 끝났다고 야구가 다 끝난 건 아닙니다. 여자 야구의 하이라이트는 겨울이지요.” 영하의 차가운 바람이 살갗을 때리는 12일 인천시 부평구 부영공원 야구장. 추위에 온몸이 굳어가지만 홈 플레이트와 마운드 사이에 마주 선 여전사들의 눈빛은 뜨거웠다. “플레이볼.” 심판의 외침과 함께 국내 최고 여자 야구팀을 가리는 포인트풀떳다볼(이하 떳다볼)과 블랙펄스의 국화리그 최종 결승전이 시작됐다.》
■ 여자야구 국화리그 챔피언결정전 열린 부평야구장 가보니…
국내 최고 여자 야구팀을 가리는 국화리그 최종 결승전이 12일 인천 부평구 부영공원 야구장에서 열렸다. 경기 시작에 앞서 블랙펄스의 원주영 감독 (앞줄 왼쪽)과 포인트풀떳다볼의 조정화 감독이 악수를 하며 선전을 다짐했다.
1회초 떳다볼의 오른쪽 타자들은 상대의 좌익수 수비가 약한 것을 간파하고 당겨 치는 타법으로 왼쪽 외야로 볼을 날렸다. 그러자 블랙펄스는 소프트볼 선수 출신 곽대이를 곧바로 좌익수로 옮겨 맞불을 놨다. 곽대이는 결국 2사 3루에서 홈으로 파고들던 주자를 강한 어깨로 잡으며 0-8까지 뒤진 팀의 위기를 끊었다. 곽대이는 정규리그 9경기에서 타율(0.686), 안타(16), 도루(28), 득점(25) 1위를 기록한 ‘국화리그의 이대호’다. 그라운드 홈런이지만 홈런도 4개(1위)나 때려냈다. 곽대이는 2회부터는 포수 마스크를 쓰고 상대팀의 2루 도루를 저지하기도 했다.
떳다볼은 투수의 구위가 인상적이었다. 선발 배새롬은 여자 야구에서 보기 힘든 사이드암으로 블랙펄스의 타선을 제압했다. 배새롬은 “어깨를 다친 후 투구폼을 교정했는데 볼 끝이 오히려 좋아졌다. 구속은 떨어졌지만 몸에 맞게 즐기는 야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경쟁은 치열했다. 포인트풀떳다볼 의 방순진(오른쪽)이 배터박스 에서 공을 노려보고 있다.인천=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이날 경기는 정규리그 4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떳다볼의 16-12 승리로 끝났다. 떳다볼은 지난 2년 동안 준우승에 머물다 국화리그 첫 우승을 차지했다. 떳다볼 조정화 감독은 “남자 사회인 야구에선 지면 서로 밥도 안 먹는다는데 우린 아니다. 여자 야구에는 적이 없다. 모두 가족일 뿐”이라며 밝게 웃었다. 준우승을 차지한 블랙펄스 원주영 감독은 “비록 졌지만 처음엔 10m도 못 던지고 펑고 1개도 잡지 못했던 친구들이 어느새 러닝스로를 하는 것을 보며 짜릿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인천=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