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상의학에서는 얼굴 좌우의 균형이 심하게 깨어져 있거나, 귀가 처져 있거나, 코의 좌우 날개 부위의 크기가 다르거나, 눈이 짝짝이거나, 코가 삐뚤어져 있거나, 고환이나 유방 좌우의 크기가 차이가 많이 나면 산증(疝症)이 있는 것으로 본다. 하복부 통증 중의 하나인 산증에 걸리면 대소변 보기가 불편하거나, 손발이 차고 찬 기운의 내습으로 배가 송곳에 찔린 듯 아프면서 가슴도 아플 때가 있다. 또 생식기 부위가 붓고 아프거나, 심할 땐 복강의 내용물이 밖으로 돌출되는 탈장 증상이 나타난다.
코가 휘어지면 보통 허리도 같이 아픈데, 특히 남자의 경우 고환의 좌우 편차가 심해져 산증이 오기도 한다. 며칠 전 코가 휜 남자가 오른쪽 고환 통증과 골반통을 호소하며 내원했다. 병원에서 전립샘염 진단을 받고 두 달째 항생제를 복용했으나 오른쪽 사타구니에 붉은 반점이 나타나면서 가려워 약을 먹지 못하겠다고 했다. 왼쪽 대돈(大敦)혈에 침을 놓았더니 통증이 줄어들었다. 전형적인 산증이었다.
지난해에는 윗입술이 짧고 콧구멍이 보이는 6세 여자아이가 찾아왔다. 인중이 짧고 최근 좌측 유두가 볼록하게 튀어 올랐다고 했다. 입 안이 잘 허는 산증 환자였다. 이열탕(移熱湯)을 투약했더니 증상이 거의 없어졌다.
병원 검진 과정에서 특별한 원인 없이 편두통, 가슴통증, 장 경련, 허리 또는 고환 통증, 생리통이 심해지면 산증으로 의심해볼 수 있는데 한의사의 진단과 처방이 정확하다면 쉽게 나을 수 있다.
오수석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