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지 대세요”… 4초만에 범죄전력 줄줄
30일 인천 영종도 정부합동청사에서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외국인 입국자 대역을 맡아 ‘외국인 지문인식시스템’을 이용해 실제 지문과 우범 외국인 지문이 일치하는지 시연하고 있다. 인천=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30일 오전 11시 반 인천국제공항 입국심사대 옆에 위치한 입국 재심(再審)실. 지문채취기에 녹색 불이 켜지자 중국인 A 씨가 천천히 두 손가락을 갖다 댔다. 지문을 인식한 출입국심사관의 컴퓨터가 곧바로 검색에 들어갔다.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 23만여 명의 지문과 A 씨의 지문을 대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4, 5초. A 씨는 범죄 전력이 없는 것으로 판명돼 입국이 허가됐다.
하루 동안 입국 재심실을 찾는 외국인은 300여 명.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는 국내로 들어오는 여객기 탑승객의 정보를 사전 분석해 정밀심사를 거쳐야 할 대상을 고른다. 해외에서 분실된 여권을 소지하고 있거나 신분을 바꿔 ‘위명(僞名) 여권’, 즉 가짜 여권을 발급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 등이 대상이다. 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얼굴사진을 대조하고 심층 인터뷰를 해서 하루 평균 15명의 우범 외국인을 가려냈지만 지문인식시스템의 도입으로 우범 외국인을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문등록 및 확인 대상은 △국제테러범과 인적사항이 유사하거나 △인터폴 등에 분실신고된 여권을 소지했거나 △여행경로가 특이하고 출발 당일 현금으로 편도 항공권만 구매했거나 △국적국의 언어와 사정에 능숙하지 못한 외국인 등이다. 얼굴사진은 지문 검색으로 확인이 어려울 때 보조수단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법무부는 내년 상반기에 국내에 90일 이상 체류하는 모든 외국인을 대상으로, 내년 하반기에는 국내에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을 대상으로 지문 채취 및 확인에 나설 예정이다.
한편 법무부는 최근 지문인식시스템 시험운용 과정에서 중국인 L 씨를 ‘위명여권’을 사용한 첫 사례로 적발했다고 밝혔다. L 씨는 2000년부터 한국에서 불법체류하다 적발돼 2005년 4월 강제 퇴거됐지만 신분을 바꾼 여권으로 6개월 후 다시 국내에 들어와 머물렀다. 2008년 한국을 떠났던 L 씨는 이달 27일 같은 여권을 이용해 한국에 다시 들어오다 지문인식시스템에 적발됐다.
인천공항=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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