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캐릭터, 역동적 디자인, 높은 출력…더 강해진 준중형 탄생쏘나타와 비슷하지만 다른 패밀리룩회피제동-승차감 등 럭셔리 카로는 2% 부족
앞뒤 좌석에 모두 설치된 열선기능(왼쪽 위). 준중형 최초 4.2칼라LCD가 적용된 슈퍼비전 클러스터.
현대자동차 ‘아반떼’가 자기부정을 하고 나섰다. 새로 나온 아반떼가 다른 준중형차는 물론 구형 아반떼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완전히 다른 차라는 것을 강조하는 마케팅이다. 오히려 중형차와 비교해달라는 주문이다. 과연 현대차의 주장이 사실인지 신형 아반떼를 가혹하게 테스트해봤다.》
○ 매혹적인 디자인
현대차의 디자인은 이제 거침이 없다. 신형 쏘나타를 축소해놓은 듯한 아반떼의 디자인은 패밀리룩을 완성시키면서도 쏘나타와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윈드 크래프트(Wind Craft)’라는 개념으로 디자인을 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바람이 깎아놓은 듯한 예술작품이란 뜻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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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쿠페처럼 유선형 디자인을 위해 뒷유리를 눕힌 탓에 뒷좌석의 머리 위 공간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키가 180cm을 넘으면 때에 따라 머리가 유리에 부딪힐 수도 있는 것은 단점이다.
○ 충분하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동력성능
국산차 중 처음으로 도입된 자동주차 기능 표시화면.
하지만 출력이 높아졌다는 것은 최고속도에서 증명됐다. 직접 측정한 아반떼의 최고속도는 시속 200km로 경쟁모델의 170∼175km보다 훨씬 높았다. 경쟁모델보다 가속력은 크게 앞서진 않지만 높은 출력을 바탕으로 낮은 엔진회전수(RPM)를 사용해 정숙하면서도 연비를 높이는 주행을 할 수 있고, 고속주행에선 6단으로 높아진 기어와 출력을 바탕으로 힘을 발휘하는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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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월한 핸들링, 그러나 불안감도….
아반떼에서 가장 놀라운 부분은 핸들링이다. 내리막과 오르막 커브가 심한 도로에서 타이어가 미끄러질 때까지 속도를 높여서 주행해본 결과 스포티 쿠페 수준의 주행성능이었다.
운전대를 꺾었을 때 원심력을 이기지 못해 차의 앞머리가 밖으로 미끄러지는 언더스티어 현상이 절제돼 뉴트럴스티어에 가까운 성향을 보였다. 특히 오르막 커브길에서 급가속을 하는 상황에서 전륜구동임에도 한쪽 바퀴가 헛돌면서 제대로 가속이 되지 않거나 언더스티어가 나타나는 현상이 적었다.
내리막길에서는 심한 언더스티어가 나타나거나 급제동을 걸었을 때 오버스티어가 나타나기 쉬운데 아반떼는 끈질기게 노면을 붙잡고 늘어지면서 급작스럽거나 불편한 거동을 보이지 않아 패밀리 성향의 준중형차에게 기대할 수 있는 이상의 성능을 보여줬다. 반복된 급제동에도 브레이크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지 않는 것도 좋았다. 다만 전반적으로 핸들링의 질감은 만족스럽지 않았는데, 이는 유압식이 아니라 전동식으로 움직이는 스티어링 장치의 작동감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준중형차들은 연비와 안전도 향상, 원가절감, 자동주차 등 다목적 기능을 위해 전동식 스티어링 장치를 도입하고 있는데 작동감성이 장난감 자동차의 운전대를 움직이는 수준이어서 개선이 필요하다.
그런데 위와 같은 차체의 균형감은 시속 120km이상에서 급하게 운전대를 조작하면서 동시에 브레이크를 밟는 상황에는 쉽게 허물어졌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장애물을 피하면서 급제동을 하는 상황을 연출해보면 시속 100km까지는 그런대로 버티다가 120km를 넘어서면 갑자기 차가 휘청거리면서 불안정하다. 디젤엔진이 들어가 앞머리가 무거운 준중형 혹은 소형차보다는 그 정도가 약하긴 하지만 동급 가솔린 엔진 모델보다는 불안감이 컸다. 그 원인이 브레이크 밸런스의 문제인지 서스펜션 설계 때문인지는 정확히 확인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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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했지만 2% 아쉬움 남아
신형 아반떼는 국산차 중 처음으로 적용되는 자동주차시스템과 기존 현대차 준중형 라인업에는 없었던 고선명전조등(HID) 옵션, 빼어난 외관과 실내 디자인, 높은 출력, 뛰어난 핸들링, 고속주행 능력 등으로 준중형차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은 확실하다. 외부소음 차단이나 브레이크 성능도 준중형으로는 만족할만하다.
하지만 고속주행과 핸들링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선지 거친 노면에서는 승차감이 크게 떨어졌고(17인치 휠타이어 옵션 기준), 고속주행 중 회피제동에서 불안정한 거동을 보이는 것도 아쉬웠다. 과속방지턱을 빠르게 넘으면 서스펜션이 끝까지 수축돼 ‘턱턱’거리는 소음과 진동이 전해지는 것도 단점이다. 연비도 가속력을 희생한 것에 비해서는 높지 않아서 고속도로 정속주행을 해야 제원에 나온 L당 16km를 달릴 수 있었다. 조금만 더 다듬어진다면 세계적으로도 동급 최고의 차가 될 것 같다.
석동빈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