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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 中진출 거점 위해 쌍용차 인수?

입력 | 2010-05-29 03:00:00

부산공장 생산능력 포화… 증설보다 인수가 유리 판단
가격이 변수… 성사땐 국내시장 점유율 15~20% 가능




르노그룹이 28일 쌍용자동차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면서 쌍용차 인수전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동안 인수 자금이나 경영 능력이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후보들만 거론돼 매각 성공 여부가 불투명했지만 기술력과 자금력을 갖춘 르노그룹이 가세하면서 매각 작업에 청신호가 켜졌다. 매각이 잘 진행되면 쌍용차 회생에 돌파구가 생기는 것은 물론 국내 자동차산업에도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 르노그룹 인수 참여 배경은

르노그룹이 쌍용차 인수에 뛰어든 것은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의 생산 능력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증설이 필요하고 쌍용차 인수를 통해 르노삼성의 부족한 라인업을 보완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르노그룹은 르노삼성차의 ‘QM5’를 포함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이 2종류뿐이고, 소형과 준중형, 중형 세단이 주력 모델이다. 반면 쌍용차는 SUV에 특화돼 있고 르노삼성이 아직 진출하지 못한 대형 세단 분야에서도 ‘체어맨’이 일정한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에 아직 본격적으로 진출하지 않은 르노그룹이 한국을 중국 시장 진출의 전초 기지로 활용하기 위해 쌍용차 인수를 검토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르노그룹이 공급 과잉 문제가 생길 중국에 뒤늦게 공장을 세우는 위험을 무릅쓰기보다는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검토 중인 한국에서의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전략을 택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10년 전 경영난을 겪던 삼성자동차를 인수해 알짜 기업으로 키워낸 경험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7일간의 파업을 주도했던 노조 집행부가 퇴진하고 노사관계가 안정적으로 바뀐 것도 쌍용차를 매력적으로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 ‘르노쌍용’ 탄생땐 국내 업계 지각 변동

르노그룹은 2008년 기준으로 닛산자동차와 연합해 세계 4위의 자동차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는 자동차 업계의 강자다. 르노그룹이 쌍용차 인수에 성공해 ‘르노쌍용’이 탄생하면 국내 자동차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평가다. 르노삼성-르노쌍용 연합이 현대·기아자동차가 내수 시장의 75∼80%를 점령하고 있는 독과점 구조를 깰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다. 지난해 르노삼성차의 시장 점유율은 9.6%, 쌍용차는 1.6%이며, 쌍용차가 2006∼2007년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면 두 회사의 시장 점유율 합계는 15∼20% 수준으로 올라설 수도 있다.

르노그룹이 유력해 보이지만 경쟁 기업이 모두 7곳인 만큼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마힌드라그룹과 루이아그룹 등 인도 회사들의 인수 의지가 강하다. 이들이 르노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가격을 써 낸다면 이번 인수전의 승자가 될 수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인수 목적이나 중장기 전략 등 여러 가지를 검토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입찰 금액”이라고 말했다.

르노는 인수 가격 산정에 보수적인 편이다. 르노삼성은 2003년 쌍용차가 상하이자동차에 매각될 때 인수의향서를 냈지만 가격 등이 맞지 않아 인수를 포기한 전례가 있다. 이날 쌍용차 주가는 전날보다 12.95% 올랐다.

○ 쌍용차,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지난해 1월 상하이차가 쌍용차에서 철수할 때만 해도 쌍용차가 새로운 주인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생산 규모가 연간 9만 대 안팎으로 독자 생존이 힘들고 강성 노조까지 버티고 있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과 1년 4개월여 만에 쌍용차는 7개 기업의 러브콜을 받는 ‘백조’로 바뀌었다.

당초 예상보다 많은 기업이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쌍용차의 잠재적 가치가 현재 거론되는 예상 매각가격보다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 등 외부자본 유치 방식으로 매각할 때는 통상 시가총액을 고려해 가격이 결정되는데 28일 종가 기준으로 쌍용차 시가 총액은 4400억 원이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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