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더욱 안전한 세계 만드는 역사적 사건”메드베데프 “美, MD 구축 자제해야 협정 성공”
양국정상 협정 서명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8일 체코 수도 프라하 대통령궁에서 역사적인 핵무기 감축 협정에 서명하고 있다. 이 협정은 양국 정상이 1년 전 미-러 관계를 ‘리셋(재설정)’하자고 손잡고 나선 후 첫 성과물이다. 프라하=AP 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서명한 새 협정은 지난해 12월 효력이 끝난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1)을 대체하는 것으로 현재 2200기에 이르는 장거리 핵탄두를 1500기로, 지상 및 해상배치 미사일은 1600기에서 800기로 감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협정 서명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오늘은 핵안전과 핵무기 비확산, 그리고 미-러 관계의 중요한 이정표”라며 “협정 서명은 세계를 더욱 안전하게 만드는 역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번 협정으로 양국 관계의 새로운 페이지가 열렸다”며 “(하지만) 미국이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을 위한 노력을 자제해야 협정이 성공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양국 정상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지 않고 핵 협상을 거부하면 추가 제재를 고려하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 이번 서명은 냉전시대의 협정을 대체하는 역사적 의미가 담긴 것으로 ‘핵무기 없는 세상’을 약속한 오바마 대통령의 대외정책의 성과이자, 미-러 양국 관계를 재설정하는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협정의 효력은 10년간 지속하지만 양국 간 합의에 따라 기간이 5년 연장될 수 있다.
조인식 장소가 프라하로 결정된 것은 지난해 4월 5일 오바마 대통령이 이곳에서 대중 연설을 통해 ‘핵무기 없는 세상’의 비전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협정에 조인한 뒤 중동부 유럽 11개국 정상들과 만나 새 협정이 그들에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임을 설명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