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좌 완등 종착지 ‘안나푸르나’ 재도전 오은선씨
산악인 오은선 씨(44·사진)는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김연아가 프리스케이팅을 마치고 눈물을 쏟을 때 같이 울었다. 그는 “순간의 흐트러짐도 없이 완벽한 연기를 하는 것이 감동적이었다. 최고의 경지에 올랐을 때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는 심정을 이해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현재 오 씨 앞에 놓인 ‘최고의 경지’는 여성 최초의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이다. 그는 완등의 종착지인 안나푸르나(8091m)에 재도전하기 위해 8일 네팔로 출국한다. 안나푸르나 산군에 속한 타르푸출리(5663m)에서 고소 적응 훈련을 한 뒤 4월 초 베이스캠프로 옮길 예정이다. 재도전을 앞둔 그의 심정을 들어봤다.
―현재 몸 상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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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그 지경까지 되도록 한 게 부끄러웠다. 사람들이 가진 의문을 미리 풀어줬으면 됐을 텐데 그렇지 못했다. 그전까지는 이걸(고산 등반)로 먹고사는 것만으로 ‘나는 프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걸 보고 이게 프로의 세계라고 느꼈다. 이번 안나푸르나 등정 때는 등정 과정에 대한 기록을 철저하게 할 생각이다.”
―칸첸중가 등정의 진위를 떠나서 논란이 된 이상 다시 오르는 게 깔끔하고 멋있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많은데….
“어떤 문제든 다양한 생각이 있기 마련이다. 내가 각기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모두 맞출 수는 없다. 지금껏 오른 산 중에는 또 오르고 싶을 정도로 끌리는 곳이 몇 곳 있다. 칸첸중가든 어디든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이 들면 갈 것이다. 칸첸중가는 8000m 이상 고봉 4개가 이어진 산으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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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상상이 안 간다. 가봐야 알 것 같다. 커다란 허탈감이 밀려올 것 같긴 하다.”
―완등 후 계획은….
“일단 나 자신을 돌볼 시간을 갖겠다. 그동안 옆과 뒤를 보지 않고 달려왔다. 쉬면서 ‘새로운 오은선’에 대해 고민하겠다. 14좌 완등보다 그 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오 씨는 5일 후원 업체인 블랙야크 본사에서 발대식을 갖는다. 6일에는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리는 고미영 추모 화보집 출판 기념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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