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신보 “극적인 사변 예감”… 정부내서도 “집권 3년차 올해가 적기” 北이 먼저 운 뗀 정상회담… 비핵화 - 납북자 문제 등 변수
北, 과거 두차례 회담 거론… 관계개선 의지 적극적 표명
“차분하게 좀 더 지켜보자” 정부 ‘신중’ 공식태도 유지
1차 진원지는 북한의 1일 신년 공동사설이다. 사설은 “북남 관계를 개선하려는 우리의 입장은 확고부동하다. 남측 당국이 북남 대화와 관계 개선의 길로 나와야 한다”며 남북 관계 개선 의지를 표명했다. 이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이전의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거론하면서 공동사설에 대해 “올해의 극적인 사변을 예감케 하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평가했다.
남북간 최고위급 회담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로 해석되는 공동사설에 이어 조선신보가 “(북한) 인민들은 과거 영도자의 용단에 의해 북남 수뇌회담이 두 번에 걸쳐 진행되게 된 경위를 잘 알고 있다”면서 ‘극적인 사변’을 언급한 것은 북한이 궁극적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겨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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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3일 “북한이 고통스러워하는 단계임이 신년 공동사설에 나타났다. 대화를 통해 압박 정책을 완화시키지 않으면 정권 생존이 어려우며 나아가 권력 이양의 환경이 열악해질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북-미 양자회담에만 매달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북-미 관계 개선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활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북한이 정상회담 논의를 선점하며 우리 정부를 압박하려는 것”이라며 “화폐개혁 등으로 인한 흉흉한 민심을 수습하고 경제를 살리려면 중국에만 의존할 수 없고 남한의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 정부는 서두르지 않겠다는 공식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7일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언명한 대로 북핵 포기에 도움이 되고 국군포로와 납북자 송환 등 인도적 문제 해결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외교안보라인의 한 고위 당국자는 3일 “현재 구체적인 논의는 없는 것으로 안다. 북한이 연초부터 대화를 위한 유화 제스처를 보이고 있는 만큼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 좀 더 지켜보자”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우리 정부 일각에서도 집권 3년차인 올해가 남북 정상회담의 적기(適期)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올해를 넘기면 정상회담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 대통령의 북핵 일괄타결 방안, 즉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 구상을 어느 정도 실현시켜야 할 때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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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사전 접촉이 재개되더라도 의제를 놓고 양측 간에 팽팽한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관건은 역시 북측의 태도다. 북한이 핵 문제와 국군포로 및 납북자 문제 등에 대해 어느 정도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고 나올 경우 정상회담 논의 속도가 빨라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 정부는 만남을 위한 만남에 매달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팽팽한 사전 논의 과정에서 어떤 절충점을 찾느냐에 따라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도, 무산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정상회담이 이뤄질 경우엔 하반기가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김용현 교수는 8·15 광복절 전후나 추석 전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와도 관련이 있다. 전 세계의 이른바 ‘유지 국가’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이기 전에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해소를 천명하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상회담을 할 경우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올해는 이명박 정부 3년차라는 점, 그랜드 바겐의 실현이라는 점에서 남북관계에 매우 중요한 해”라며 “그러나 차분하게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