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흑인인재 산실 美 워싱턴 하워드大 집회 등 가보니“실업률 되레 늘고 흑인상대 범죄 여전… 변화는 없었다”
지난달 백악관 앞에서 흑인들의 모임인 ‘블랙 이스 백 연대’가 오바마 대통령이 흑인사회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 제공 블랙 이스 백 연대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해럴드 헌터 씨(39)는 “단정적으로 오바마 대통령 탓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참 살기 어려워졌다”며 “그중에서도 흑인들의 삶은 지난 1년 동안 급전직하했다”고 말했다. 흑인 인재의 산실로 1867년 설립된 하워드대 법대를 졸업한 에런 오닐 씨(32)는 “흑인 실업률의 증가에는 분명 인종적 편견과 백인우월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하던 변화를 느낄 수 없다”고 말했다.
한때 조선, 제철, 화학, 정유 등 제조업의 중심지였지만 이제는 쇠락해 버린 볼티모어에서 만난 흑인들 중에도 좌절감을 표현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존스홉킨스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원생인 치오마 오루 씨(27)는 “오바마 대통령은 겉은 흑인이지만 속은 백인”이라며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 압도적 지지를 보여줬던 흑인들에게 실망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광고 로드중
진보 성향의 흑인 모임인 ‘블랙 이스 백(Black is Back) 연대’는 아예 지난달 백악관 앞에서 시위를 벌었다. 200여 명이 모인 첫 백악관 앞 흑인 집단 시위에서 참석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흑인 사회의 복지와 권익 신장을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의 고충을 이해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워드대 대학원생인 제러미 볼드윈 씨(32)는 “재선을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흑인의 지지보다는 백인의 도움이 필요한 오바마 대통령에게 흑인을 위해 노골적으로 뭔가를 해주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