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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새 ‘모바일 플랫폼’으로 정면대결

입력 | 2009-11-11 03:00:00


아이폰 대응전략 공개

LG, 구글과 협력 ‘안드로이드폰’ 출시


한국의 라이벌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10일 새로운 휴대전화 전략을 각각 선보였다.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폰’에 대응하기 위한 스마트폰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정면대결’, LG전자는 ‘동맹확보’로 요약된다.

○애플도 구글도 아닌 ‘삼성폰’ 만들기

삼성전자는 이날 ‘바다’라는 이름의 모바일 플랫폼을 공개했다. 모바일 플랫폼은 애플의 ‘아이폰 운영체제(OS)’나 구글의 ‘안드로이드 OS’,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모바일’처럼 OS 역할을 한다. 앞으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에는 모두 이 바다 플랫폼이 쓰일 예정이다.

이는 애플을 분석한 전략이다. 애플은 아이폰과 함께 ‘앱스토어’라는, 세계 각국 개발자들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사용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일종의 시장(市場)을 만들었다. 이 덕분에 앱스토어에는 7일 현재 10만 개가 넘는 소프트웨어가 등록됐고 매일 1만 건 이상 다운로드가 이뤄진다.

반면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7∼9월) 휴대전화 판매량만 6020만 대로 애플의 아이폰 누적 판매량 5000만 대를 훌쩍 뛰어넘었지만 애플처럼 소프트웨어 판매에서 높은 이익을 올리진 못한다. 삼성전자 휴대전화는 윈도 모바일, 안드로이드 등 다양한 OS를 쓰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다가 도입되면 사용자는 기종에 관계없이 ‘삼성폰’용으로 개발된 모든 소프트웨어를 쓸 수 있다.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 이호수 부사장은 “삼성 독자 플랫폼인 바다를 통해 앞으로 사용자와 개발자, 통신 사업자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와 손잡고 ‘LG동맹’ 만들기

LG전자도 이날 구글의 휴대전화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사용한 휴대전화 ‘GW620’을 프랑스와 호주, 싱가포르 등에 다음 달 선보인다고 밝혔다.

직접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기능을 개발해 기본 기능으로 포함한 게 이 휴대전화의 특징이다. 휴대전화 주소록을 전화번호만이 아닌 e메일, 메신저, 트위터, 페이스북 등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와 결합한 것이다.

컴퓨터에서 인터넷을 하면 이런 개별 서비스를 이용할 때 각각의 서비스 웹사이트에 매번 접속해 로그인해야 했다. 하지만 휴대전화는 개인이 쓰기 때문에 로그인 없이도 이런 서비스에 늘 연결할 수 있다. 또 예를 들어 A라는 친구에게 e메일을 받으면 문자메시지로 이 친구에게 답장을 하고 A는 이 문자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려 또 다른 친구들과 공유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OS 개발사인 구글과의 긴밀한 협력은 물론이고 SNS 업체들과도 다양한 제휴 관계를 맺었다. 제조업체는 기기를 만드는 일에 집중하고 소프트웨어는 전문가에게 맡긴 셈이다.

○가전 경쟁력을 휴대전화로

이런 국내 업체의 대응이 성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북미지역 기준으로 애플의 3분기 휴대전화 시장점유율은 7.4%로 2분기(4∼6월)보다 1.5%포인트 늘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점유율이 전분기보다 0.9%포인트 늘었고 LG전자는 오히려 1.9%포인트 하락했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국내 업체는 이들이 강점을 가진 디지털 가전제품과 휴대전화의 연계를 구상 중이다.

LG전자 스마트폰 전략을 담당하는 최종서 MC C&S 기획그룹장은 “한국 업체의 강점은 TV, 컴퓨터 등 가전제품도 만든다는 것”이라며 “TV의 넓은 화면에서 콘텐츠를 볼 수 있고 컴퓨터로 입력한 내용을 휴대전화에 쉽게 전송하는 서비스 등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