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안 7개월째 낮잠SK 지주회사 전환 유예두산-한화 금융자회사 골치
공정위가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완화 차원에서 비금융 지주회사 밑에 금융 자회사를 허용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상임위원회 내 법안심사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해 속을 태우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을 준비하는 대기업들도 내년도 사업계획을 확정하지 못해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 1년 동안 법안 처리 지지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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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이와 균형을 맞추기 위해 비금융 지주회사에 은행을 제외한 증권, 보험 등 금융 자회사를 허용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의원입법으로 제출하려고 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의원입법에 부담을 느낀 한나라당이 거절하는 바람에 입법예고, 규제개혁 심사, 차관회의, 국무회의 등을 거쳐야 했고 결국 올해 4월에야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금융지주회사법은 7월 미디어관계법 개정안과 함께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최근에는 헌법재판소에서 가결선포가 유효하다는 판단을 받은 뒤 이달 초 시행령 개정안까지 입법예고했다. 반면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야당의 반대에 막혀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동전의 앞면과 뒷면 같은 법안인데 하나는 통과되고 다른 하나는 지지부진한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 곤혹스러워하는 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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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지주회사의 부채비율 200% 제한 및 비계열사 주식 5% 이상 보유 금지 조항을 없애고 손자(孫子)회사의 자회사인 증손회사를 허용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려다 규제에 막힌 중소 규모의 지주회사들은 국회만 바라보는 실정이다. 지난해 말 기준 79개 지주회사 중 53개는 자산총액이 5000억 원 미만인 중소 규모 지주회사들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하면서 일반 대기업에 대한 규제는 사라졌지만 부채비율 등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며 “정부 정책에 따라 지주회사로 전환한 기업들이 더 많은 규제에 시달리고 있어 역차별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개정안에는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사모펀드(PEF)의 의결권 제한을 완화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에 따라 법안 처리가 늦어지면 경제위기 이후 활발하게 이뤄져야 할 구조조정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