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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박영균]우측보행

입력 | 2009-04-30 02:57:00


‘차는 오른쪽, 사람은 왼쪽.’ 유치원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좌측보행이 우측보행으로 바뀐다. 일제강점기인 1921년 조선총독부가 좌측보행을 시행한 지 무려 88년 만이다. 법으로 우측보행을 강제하거나 좌측보행을 막는 것은 아니다. 좌측보행에 익숙한 습관과 걷기 예절이 달라져야 한다. 좌측보행에 편하게 돼 있는 에스컬레이터나 출입문 같은 시설도 점차 개조해야 할 것이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어제 이명박 대통령에게 우측보행을 포함한 ‘교통운영체계 선진화 방안’을 보고했다.

▷조선총독부가 좌측보행을 실시하기 전에는 우측보행이었다. 1905년 대한제국 규정에 우측보행이었으나 일제가 일본과 같이 좌측보행으로 변경했다. 1946년 미군정은 차량을 우측통행으로 바꿨으나 사람은 좌측보행 그대로 두었다. 그 뒤 1961년 군사정부는 도로교통법을 제정하면서 ‘보행자는 보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는 도로에서 도로의 좌측을 통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 뒤 좌측보행이 원칙으로 굳어진 것이다.

▷오른손잡이가 많아 우측보행이 편하고 교통안전 측면에서도 훨씬 안전하다는 것이 과학적인 분석 결과다. 우측통행 시 교통사고가 약 20% 감소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차도와 인도가 분리된 도로의 인도에서는 좌측보행을 하면 차도에 가까운 보행자는 차량과 같은 방향으로 가기 때문에 등 뒤에서 차량이 덮칠 경우 피할 수가 없다. 반대로 우측보행을 하는 보행자는 차량과 마주 보고 걷게 된다. 차량의 움직임을 보면서 걷기 때문에 차량 움직임에 대처할 수 있고 사고 위험도 덜하다.

▷주요 국가 중에서 미국 프랑스 캐나다 일본 중국 등 대부분이 우측보행이고 영국만 좌측보행이다. 오랜 관습으로 굳어져 온 것이다. 길 걷는 습관을 인위적으로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조선총독부는 모든 수레와 인력거에 좌측통행이라고 쓰인 깃발을 달도록 했다. 지금도 지하철역 환승로처럼 안내 문구나 띠가 표시돼 있을 땐 다수가 좌측보행을 지키지만 일반 보도에서는 제멋대로다. 세계보건기구에서 안전도시 인증을 받은 서울 송파구는 2년 전부터 우측보행 운동을 벌였다. 그동안 축적된 경험을 공유한다면 좋을 것이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