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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신춘문예]단편소설 당선소감

입력 | 2009-01-01 00:11:00


새 책상을 주문했다… 그곳으로 가고 싶다

책상을 주문했다. 인터넷으로 계좌이체를 한 뒤 담배를 피운다. 지금 쓰는 책상을 만져본다. 이 위에서 밥을 먹고 일기를 쓰고 TV를 보았다.

그리고 잠언이 가득한 글을 쓰고 버렸다. 맞은편 벽 포스트잇 한 장이 책상 뒤로 떨어진다. ‘지상의 짧은 삶에서 아름다움을 포기하지 않는 자는 결코 고통과 헤어질 수 없다.’ 그런 글귀가 있었을 게다.

읽지도 않은 책에 먼지가 가득하다. 손가락으로 먼지를 벗겨낼 때마다 다른 종류의 후회와 위안으로 손톱을 바짝 세웠다. 생활은 불규칙했고 꿈 없는 잠은 지하로 뚫린 터널처럼 길었다. 깨어날 때마다 아찔했다.

건반을 누르듯 책상을 만져본다. 그동안 많은 무게를 견뎌줬다. 연애에 실패했고 시험에 번번이 떨어졌다. 한 번 충전한 휴대전화를 일주일 동안 썼다. 불어난 허리로 맞는 바지가 없었다. 외로우면 시를 썼고 다음 날 버렸다. 그즈음 남에게 보여주지 않으면 치욕도 달콤하단 걸 알았다.

허리에 맞는 바지를 살까 하다가 헬스장에 등록하기로 한다. 이제 감당해야 할 당신들의 사건이 저 밖에 가득할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니 웃음이 난다. 해외에 나가 있는 동생과 지방에 계신 부모님이 같이 웃어줬으면 좋겠다. 처음 소설을 써 보라고 하신 서종택 선생님과 내 글을 소설이라고 인정해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에게 감사드린다.

책상을 하나 더 주문했다. 빨리 그곳으로 가고 싶다.

△1978년 포항 출생 △고려대 국문과 대학원 석사 수료 △200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