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공화당 유세장에서 한 여성이 ‘2008년 대선에서 매케인과 페일린을 선택한 힐러리 지지자’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페어팩스=하태원 특파원
‘페일린 열풍’ 공화당 버지니아 페어팩스 유세 르포
유모차 끌고 나온 아줌마 지지자들 많아
“페일린은 성공한 여성의 역할 모델 될것”
10일 오전 11시 미국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의 밴다이크 파크. 영화 ‘로키’의 주제가가 울려 퍼지면서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 후보 부부와 세라 페일린 부통령 후보 부부가 나란히 연단에 올랐다.
양옆으로 높이 솟아오른 스피커가 마치 록스타의 대형 콘서트장을 연상시키게 만든 연설무대에 오른 매케인, 페일린 후보는 “모든 당파를 아우르고, 계층과 정치적 지향점의 차이를 뛰어넘어 워싱턴의 정치문화를 뒤흔들어 놓겠다”고 다짐했다.
공원을 가득 메운 1만5000여 명의 군중도 일제히 떠나갈 듯한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특히 지지자들은 대부분 ‘세라, 세라’를 연호했다. 전당대회 이후 불고 있는 페일린 후보의 열풍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이날 유세에는 오전 5시부터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해 행사 시작 직전인 오전 10시 반쯤에는 입장객의 행렬이 1km나 이어졌지만 지지자들의 얼굴에는 ‘떠오르는 별’을 직접 보겠다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여성 지지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도 눈에 띄었다.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어린이를 데리고 행사에 참석한 엄마는 물론 유모차에 어린아이를 태우고 유세장을 찾은 젊은 엄마도 많았다.
이들에게 왜 페일린 후보에게 열광하는지 물었다.
알링턴에 사는 비키 오스월트 씨는 “낙태 반대, 동성애 거부, 성서의 가치 중시 등 미국을 가장 위대하게 만들어 온 보통 사람들의 전통적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페일린 후보야말로 혼란의 미국을 이끌어 갈 진정한 지도자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버지니아 주는 페일린을 사랑한다’는 피켓을 들고 나온 데버러 라비듀 씨와 졸리나 헌돈 씨는 “페일린은 강인한 정신의 소유자이며 미국의 전통적 가치를 확실히 옹호하고 있으며 낡은 정치를 타파할 수 있는 진정한 개혁 후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버지니아 중부 팜빌에서 2시간 이상을 운전해 왔다는 마거릿 테일러 콜린스 씨는 “고교생 딸의 임신과 관련해 많은 공격을 받던 페일린 후보가 수락연설을 한 뒤 가족과 함께 무대에서 가족애를 확인하는 장면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내가 나서서 페일린 후보의 가족을 보호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비슷한 경험으로 힘들어하던 주변 사람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인으로서 당당하게 행동하는 페일린 후보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알렉산드리아에 사는 데브라 기어리 씨는 “소도시의 시장으로서, 그리고 알래스카 주지사로서 보여준 페일린 후보의 활동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추진하고 기득권과 맞서는 데 두려움이 없다는 것을 잘 입증해 줬다”고 말했다.
그는 “나와 같은 엄마이자 다섯 자녀를 둔 페일린 후보의 인생은 성공을 추구하는 모든 일하는 여성의 역할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상원의원을 지지했다고 밝힌 모린 레그 씨는 “버락 오바마 후보가 힐러리 의원을 소홀히 대접하는 것을 보고 화가 났다”며 “경선 과정에서 힐러리 의원을 지지했던 1800만 여성 표가 페일린 후보에게 이동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유세를 마친 매케인, 페일린 후보는 유세장을 빠져 나가면서 두 차례나 버스에서 내려 노상에 도열한 군중과 악수를 하고 사진을 찍는 등 지지자들과의 교감을 즐기는 모습도 보였다.
페일린 후보의 열렬한 지지자라는 데이비드 재프 씨는 “대중은 바로 저런 모습을 원했다. 매케인 후보가 이제야말로 진짜 지지자들 속으로 들어갔다”며 “페일린 후보가 매케인 후보의 잃어버린 정치적 감각을 살려주는 것 같다”고 촌평했다.
페어팩스(버지니아 주)=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